창밖 함박눈 폴폴 내리는 날
쌔근쌔근 단잠에 빠진 정우
보송한 솜털 같은 눈은 내리고
햇빛은 꽃송이에 내린다.
눈은 내려와 어둔 곳을 밝히고
세상은 고요히 하던 일 멈춘다.
꽃들이 소리 없이 베란다 창가에 피어나고
지구의 중심이 된 정우와 *미미가
동화책 속으로 꿈길처럼 걸어가는 날
눈은 지붕에 내리고 나뭇가지에도
내리고 사람들 가슴에 내려와 은빛 세상이
고요히 휴가에 든다.
정적에 쌓인 정우가 잠든 방안
숨소리 보다 조용한 무음카메라
액정에 비친
오,
‘폰 카’도 넋을 잃고
스르르 빠져드는 정우의 잠이 든 풍경……
*미미~ 정우가 할머니를 부르는 말.
◇차승진(車勝鎭)= 한국문인협회 회원, 아세아 문예 신인상, 월간 모던포엠 단편소설 신인상, 낙동강문학 동인, 소설 ‘숨겨둔 이브’에게 출간
<해설> 눈 내리는 날 잠자는 손자 정우의 자잘한 일상을 고운 시어로 마무리한 시인의 능력이 돋보인다. 정에 얽매인 시를 쓰다보면 자칫 감상에 빠지기 싶다. 이를 잘 컨트롤(control)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를 쉽게 써야 한다는 말은 참 어려운 말이다. 무거운 소재로 가볍게 수작을 써야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