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 (左顧右眄)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 (左顧右眄)
  • 승인 2019.10.24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뭉쳐야 찬다’는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그야말로 씨름, 농구, 야구, 마라톤, 뜀틀, 레슬링, 사격, 테니스, 배구 등에서 금메달을 딴 이름난 선수들이다. 그들이 모여서 안정환 감독을 중심으로 ‘어쩌다 FC’라는 축구팀을 만들었다. 말이 많고 탈이 많은 그들을 다독거리며 통솔해가는 안정환의 지도력은 감히 독보적이다. 특히 안정환 감독은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안 되다, 덜 되다, 못 되다’라는 단어가 있다. ‘안 되는 것’은 일정한 수준이나 정도에 미치지 못함을 일컫는다. ‘덜 되는 것’은 말이나 행동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거나 바르지 못하다는 뜻이다. ‘못 되는 것’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성질이나 하는 짓이 좋지 않고 고약한 것도 포함한다.

감독, 선수들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이것은 현실정치에도 관련이 되어 있는듯하다. 준비된 정치인, 준비가 덜 된 ○○○, 준비가 못 된 ○○○, 준비가 안 된 ○○○ 등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목)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의 부인 정경심에 대하여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방점은 ‘좌고우면하지 않겠다’에 있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은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결정을 못 내리는 태도’를 의미한다.

위나라의 조조에게는 4명의 아들이 있었다. 조비, 조창, 조식, 조웅이었다. 조조는 학문이 뛰어난 셋째 조식을 세자로 삼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맏이인 조비와 조식은 항상 경계하고 견제하는 입장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조식에겐 양수라는 뛰어난 모사가 있었다. 양수는 조식이 세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조조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건의를 하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조비는 애가 탔다. 걱정 끝에 조비는 평소에 믿고 지내던 오질(吳質)을 불러 의논하게 되었다. 오질은 시골에서 장(長)의 벼슬을 하지만 재주와 잔꾀가 양수처럼 비범했다.

조비는 오질을 큰 바구니에 감추고 마차에 태워서 왕자부(王子府)로 불러들였다. 그것을 알아차린 양수는 곧 조조에게 달려가 일러바쳤다. 조조는 바로 사람을 보내 왕자부로 사람을 보내서 살펴보게 하였다.

이것을 알아차린 오질은 다음날 큰 바구니에 비단을 싣고 왕자부로 마차를 보냈다. 조조가 보낸 사람이 동궁의 문을 지키고 있다가 불시에 마차의 큰 바구니를 들춰보았다. 그런데 큰 바구니에는 비단이 있었다. 보고를 받은 조조는 양수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한번은 조조가 조비와 조식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일을 꾸몄다. 형제를 불러놓고 “오늘 중으로 성 밖을 나갔다 오너라”하였다. 조비가 성 밖을 나가려고 하는데 수문장이 “오늘은 어느 누구도 성 밖으로 내 보내서는 안 된다”는 엄명이 있었음을 고한다. 그 말에 조비는 그냥 왕자부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양수는 조식에게 “오늘 성 밖으로 나갈 때는 왕명을 받았으니 막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베어도 됩니다”하였다.

조식은 양수의 조언대로 수문장을 칼로 베어버리고 성 밖을 다녀왔다. 조조는 왕자의 능력시험에 양수가 끼어든 것을 괘씸하게 여겨 그를 죽여 버렸다.

조식은 임치후(臨淄侯)에 임명된 뒤, 오질(吳質)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가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이다. 오계중은 오질을 일컫는다.

‘술잔에는 술이 넘실거리고/퉁소와 피리가 연주 될 때면/그 대는 보라매처럼 몸을 일으켜/봉황이 살피고 호랑이가 보는 듯이 하였네/그 모습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이름난 신하인 소하나 조참도 필적할 수 없고/한 무제의 신하로써 흉노를 정벌한 위청이나 곽거병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이네/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해보아도(左顧右眄)/그대 앞에 사람이 없는 듯이 하고 있네/이것이 그대의 장대한 포부가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의 글이다. 오질은 조비가 황제(문제)가 되고 벼슬이 승승장구하였다. 그런데 오만함이 극치에 달해 여러 사람의 미움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우리들에겐 ‘안 되다, 덜 되다, 못 되다’보다는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