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바람 한 자락에도
마음 둘 곳 없어 허허로운 날
거리 곳곳에 뒹구는 낙엽처럼
갈 길 못 찾아 서성이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대를 보내야 했던
그 어느 날처럼
홀로 가슴 쓸어내리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게 되는 오늘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마음에 드는 시 한 줄
제대로 쓰지 못하여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는
시인이란 이름이 서럽게 다가오는 날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서하영= 1966년 대전生. 시인 황금찬, 이성교의 추천으로 창조문예 등단. 낙동강문학 제1회 신인대상수상. 기독교뉴스 신인대상수상. 현재 대전에서 예인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며 詩作활동중. 시집으로는 “내 마음의 뜨락”과 “내 안의 섬” 이 있다.
<해설> 서정성은 센티멘털이 아니다. 독자가 공감하고 감동하는데 있다. 곧 감정의 유로(流露)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쓸쓸함과 외로움, 고독 등등 이런 언어들의 격한 감정을 순화하는 방법이야말로 시를 시답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시‘어디로 가야 할까’는 읽을 만하다 하겠다. -안종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