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2018년 마지막 날의 비보는 아직 많은 의료인들이 기억한다. 진료를 보던 정신과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찌른 칼에 숨진 사건이 있던 날이다. 이로 인해 의료계는 진료실 안전 보장을 위해 정치권과 노력하여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법안(가칭 임세원법)을 통과 시켰다. 물론 반의사 불벌죄의 폐지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법안은 응급실이나 진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단순 폭력을 예방하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임세원 교수 사건이나 이번 사건 같은 강력 사건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또한 정신과 환자의 범행과 이번 사건과는 원인에 있어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일반적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사람일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조국 전 장관이 태광실업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보석 탄원서를 쓴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미국 유학비를 제공했던 기업의 회장이라 탄원서를 썼다고 한다. 이 황제 보석의 이면에는 결국 의사의 진단서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2013년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 살인 교사죄로 무기징역 중에 형 집행 정지를 신청하여 특실에서 호화롭게 생활한 일이 있었다. 여기에도 의사의 진단서가 문제가 되었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도 결국 진단서에 대한 문제가 포함된다.
다자간 이득이 걸려있는 특히 사회적 도덕적 해이의 상태에서 의사들의 진단서 문제는 반드시 재조명 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죄형 법정주의를 택하고 있다.
죄형 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허위 진단서 발급은 의료법상 불법이며 면허취소와 구속 등의 형벌이 존재한다.
하지만 허위 진단서 발급 강요에 관한 법률은 없다.
어찌 보면 의사 입장에서는 허위진단서 발급 요구를 거부하면 폭행을 당하거나 권력자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면 면허가 취소되거나 구속된다.
권력자가 아니더라도 이번 사건의 범인처럼 장애 등으로 허위의 진단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과거 의사들이 의료 실비보험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 의사들은 환자의 편에 서서 가능하면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해주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 부터는 보험회사 측에서 강력하게 법적 대응하는 경향도 있고 보험사기 특별법이 있어 의사들은 진단서 발행에 있어 과거보다는 신중해졌다고 볼 수 있다.
보험회사나 관공서에서는 민원인에게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이렇게 고쳐 오시면 됩니다.”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이는 보험회사 직원들이나 공무원 입장에서는 쉽게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지만 그 이후의 모든 문제는 의사가 뒤집어쓰게 된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서를 쓰고 보험회사와 관공서는 거기에 맞춰 판단하고 민원인에게 지급이나 혜택을 결정하면 된다.
검찰의 진정한 개혁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듯 의료계의 안전을 위해 진단서 발급의 독립성을 위한 허위진단서 발급 강요죄의 신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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