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불치병’이라는 명제 앞에서
‘치매는 불치병’이라는 명제 앞에서
  • 승인 2019.11.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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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 대구시 의사회 부회장·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치매국가책임제’ 등의 정책적 이슈와 함께 치매에 대한 관심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치매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 부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실질적 지식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아 대다수 국민은 치매라고 하면 뇌퇴행성 질환의 하나인 알츠하이머병만을 생각하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처방받은 치매치료제를 총명탕으로 생각하며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왜 좋아지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것은, 지식의 부족함에서 오는 것인지 병의 완쾌를 기대하는 환자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인지기능의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음식, 어떤 운동이 좋은지를 질문하지만 실제로 질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실질적인 예방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치매라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의미하고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명제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치매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기에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이 뇌의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고, 이 경우의 치료약제는 완치가 아닌, 질병의 진행을 느리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이외에도 치매를 초래하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에, 이 중 치료가 가능한, 그리고 다소 특이한 몇가지 양상의 치매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대사성질환에 의한 치매가 있다. 당뇨병, 신장(콩팥)질환, 간기능 장애, 갑상선 기능 이상, 여러 원인에 의한 전해질 이상 등이 있을 때 노인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며 기억력, 시공간기능장애, 언어 장애 등의 치매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경우 신체 진찰과 혈액검사에 의해 이상을 찾아내고 교정해주면 씻은 듯이 치매가 좋아질 수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저혈당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의식의 저하, 식은 땀 혹은 전신 위약감 등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동반 증상 없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일시적으로 기억저하나 방향감각의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환자이므로 증상이 있을 때 혈당을 측정해보라고 권유하게 되는데, 대개는 저혈당이고 사탕 등을 섭취하면 좋아진다. 이 경우 사탕이 총명탕이 되는 셈이다. 고령의 독거 노인이 식사 등이 부실할 때 전해질의 이상이 흔히 동반되고 이 역시 인지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경련성 질환에 의한 치매도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치매증상이 지속적이기보다는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멍하게 있을 때가 있고 이 경우 기억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진찰과 뇌파검사에 의해 진단이 가능하다. 뇌에 선행하는 병변이 없다면 항전간제를 복용함으로써 돌발적인 인지기능의 저하가 호전될 수 있다.

평소 지극히 정상적인 인지기능의 소유자이지만, 수시간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여 당황하여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경우 돌발적이고 극심한 스트레스 후에 발생하며 의식의 저하는 없지만 그 기간 동안의 일이 인생에서 통편집 되어 버리므로 치매를 걱정하게 되는데,’일과성 완전기억상실증이라는, 길어도 만 하루안에는 대부분 회복되며 향후 치매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마지막으로 뇌종양에 의한 치매가 있다. 서서히 커지는 뇌종양을 가지고 있다면, 종양의 증가 속도만큼 서서히 뇌의 기능이 저하되기에 겉으로는 마치 알츠하이머병처럼 보이기도 한다. 뇌MRI 등의 영상이 치매의 진단에 필요한 이유이며, 종양을 치료하면 치매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급속히 성장하는 악성 뇌종양의 경우는 급속히 나빠지게 되므로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과는 진행양상에 차이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의 총 진료비는 2009년 약 12조 원에서 2018년 약 31조 원으로, 10년만에 19조 원 이상 증가하며 전체 의료비의 40%를 넘어섰다. 10조 원 대에서 20조 원 대를 돌파하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20조 원에서 30조 원을 돌파하는 데에는 불과 3년이었다. 노인의료비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MRI 및 치매검진의 급여화를 포함하는 현재의 의료복지정책 등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미성숙한 정책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비의 지출 또한 막대하고 세대간의 불필요한 갈등이 초래될 수도 있지만, 건강한 100세 시대라는 지향점 하에 의료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질병의 치료 단계에서의 정책적 개입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의료비의 절감과 행복한 고령화 사회를 위해서는 예방을 통한 건강의 수호 역시 중요한 요소로, 질병에 대해서 간단하지만 정확한 지식을 습득해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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