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본 뜬 석고상, 야릇한 음성…무슨 생각이 드나요
성기 본 뜬 석고상, 야릇한 음성…무슨 생각이 드나요
  • 황인옥
  • 승인 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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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129, 30일까지 ‘about happy SEX’展
은밀하고 속된 취급 받아온 性
왜곡된 편견 바로 잡고자 기획
작가 5인 드로잉·설치 등 선봬
김동명 작
김동연 작.

점잖은(?) 대구에서 이런 전시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성(性)을 주제로 한 전시가 봉산문화거리 내에 있는 갤러리인 스페이스(SPACE) 129에서 지난 18일 개막했다. 전시장 입장을 위해 나이 확인을 거쳐야 하는 19세 미만 관람 불가 전시다. 전국에서도 이런 전시는 드물지만 대구에서는 전대미문, 사상 최초다.

비록 성을 주제로 한 19금 전시지만 대낮에 공신력 있는 협회가 주최한 전시라는 생각에 마지노선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전시장을 찾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야말로 적나라했다. 김동연, 김아영, 남기웅, 노창환, 이우석, Bert De Keyser 등 5명의 작가들이 풀어놓은 성에 대한 담론이 거침이 없었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이하 현미협)가 주최한 기획전 ‘about happy SEX(행복한 성(性)에 대해)’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숨이 멎는다. 표정관리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일단 중앙 벽면에 설치된 성기를 두 손으로 불끈 쥐고 있는 남성의 석고상 앞에 서면 당혹감이 밀려온다. 허리 아래 허벅지 부분만 부각해서 석고로 떴다는데, 실존인물의 하반신이라는 설명에 누군가의 성기를 훔쳐보는 듯한 야릇한 느낌을 받는다. 아름다운 성을 성기의 크기나 쾌락의 대상으로 여기는 세태를 꼬집은 노창환의 작품이다.

맞은편 벽면에 설치된 여성의 성기는 더욱 리얼하다. 부드러운 고무 재질로 여성의 성기를 세밀하게 구현해 놓았는데, 용기 있는 관람객이라면 성기 속으로 손을 넣어볼 수도 있다. 여성 작가 김아영의 작품인데 지고지순한 사랑보다 새로운 여성을 탐닉하는 남성의 속성을 비꼰다.

두 작품에서 벌써 얼굴이 화끈 거리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어디선가 야릇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녀의 성행위 장면이 빵빵한 오디오 소리와 함께 상영되고 있는 것. 영화감독 남기웅이 감독한 19금 영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를 6분으로 압축한 영상이다. 모니터 앞에 선 관람객의 얼굴에 홍조가 짙어지는 이 영상은 고등학교 교장이 여고생을 성폭행하는 상황을 통해 폭력적으로 흐르고 있는 현대인의 왜곡된 성 의식을 다룬다.

동판화와 목판화 작품도 걸렸다. 다양한 성행위 장면을 숲속 풍경을 배경으로 표현한 김동연의 작품이다. 일종의 에로틱아트인데 국내에서 드물게 김 작가가 독자적으로 개척해 오고 있다.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반기로 성을 밝은 곳으로 끄집어 냈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이우석의 회화 작품에서는 미소가 스친다. 남녀 성기를 서로 뒤바꿔 놓으며 성을 희화화했다. 남성의 성범조와 비교해 여성의 성범죄 기준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현상을 코믹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벨기에 작가 Bert De Keyser의 남녀 누드 드로잉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우석 현미협 회장은 “성은 종족 보존을 위한 성스러운 행위이며 남녀의 사랑을 완성하는 아름다운 의식인데 오랫동안 은밀한 것으로 터부시해왔다. 그런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성문화에 대한 비판도 함께 해 보자는 취지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미협은 성을 주제로 한 전시를 상·하반기로 나눠 한해에 두 차례 특별전으로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전시는 30일까지다. 입장료는 5천원, 만 19세 미만 관람 불가. 053-422-129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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