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땅에 대한 통행로 인정
개인 땅에 대한 통행로 인정
  • 승인 2019.11.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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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개인 땅이 맹지(공로로 연결되는 통행로가 없는 땅)인 경우 또는 농사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다른 사람의 땅에 편리한 통행로를 이용하는 관계에서 땅주인의 허락이 있는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땅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통행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 권리는 주로 주위토지통행권,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이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토지와 공로(公路)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 주위의 토지를 통하여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위토지통행권(周圍土地通行權)이라고 한다. 다만 타인의 토지이용권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이므로 토지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통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

1개의 땅이 분할되거나 일부만 양도되어 통로가 없는 부지가 탄생된 경우에는 분할되기 전 토지를 통하여 통행할 권리만 인정되고 이와 무관한 타인의 토지로 통행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해당 토지의 분할로 맹지가 생기면 그에 따른 불편의 해소는 분할되기 전의 토지만으로 해결하여야 하지 주위의 다른 사람의 권리까지 침해하면서 통행로를 확보하여 줄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나 과도한 사유재산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어도 무상으로 이용할 수는 없고 반드시 그 사용료는 지급하여야 한다.

한편 타인의 토지를 자신의 토지인 것으로 알고 20년 이상 점유 사용하였다면 따로 매매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아도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데(토지 소유권의 시효취득), 같은 논리로 타인의 토지를 20년간 계속 통행로로 사용하였다면 ‘통행지역권(타인의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을 시효취득할 수 있다.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이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토지를 길로 사용하는 권리만 시효취득하는 것이고, 그 위치는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후에는 토지 소유자가 ‘나의 땅으로 다니지 마라, 통행은 하되 다른 곳을 길을 옮겨서 통행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40년간 인근 주민들이 통행로로 사용한 땅에 집을 짓겠다며 토지소유자가 낸 건축신고를 반려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땅주인이 자신의 토지 위에 있는 주민들이 사용하던 기존의 통행로를 폐쇄하고 건물을 지으려고 건축허가 신청한 사건에 대하여 1,2심은 건축허가가 적법하다고 판결 내렸지만 대법원은 부적법하다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4년 서울에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했고, 이후 2016년 이 땅에 2층 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동대문구청에 건축신고를 했다. 그런데 그 땅의 일부에는 종전부터 폭 4미터(법률상 도로로 인정되는 폭이 4미터 이상임)에 미치지 못하는 사도가 있고 그 사도의 소유권은 당연히 A씨에게 있었다. A씨의 건축허가 신청에 대하여 구청은 “해당 토지는 건축법상 도로이므로 신축이 불가능하다”며 반려했고, 이에 A씨는 “해당 토지는 너비가 4m이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도로로 지정한 적도 없어 건축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반려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어 1,2심에서 A씨가 전부 승소하였다. 대법원은 “이 토지는 1975년 이전부터 인근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돼 사실상 도로에 해당하긴 하지만 폭이 4m이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건축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건축허가권자는 건축신고가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명시적인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경우에도 건축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건축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하면서 “토지에 건물이 신축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고, 이러한 공익적 요청이 A씨의 재산권 행사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판시하면서 최종적으로 건축불허가(반려처분)이 정당한 것으로 판결하였다. 건축허가의 모든 요건을 구비하였어도 ‘공익상의 요청’이라는 것을 이유로 건축불허가가 정당하다는 판결로서 매우 획기적인 판결이다.

내 땅이라도 장기간 다른 사람들이 통행로로 사용한 경우 그 통행을 막을 권리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땅을 구입할 경우 조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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