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산에 갈 이유 끝내 못 찾아”
김정은 “부산에 갈 이유 끝내 못 찾아”
  • 김주오
  • 승인 2019.11.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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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아세안정상회의 초청 했지만…
“형식적인 상봉,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북한이 21일 한국 정부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정부 기대가 결국 무산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친서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도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은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것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청와대에서 밝히지 않은 대남특사 요청 건을 북측에서 먼저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아이들이라면 철이 없어 소뿔 위에 닭알(달걀) 쌓을 궁리를 했다고 하겠지만 남조선 사회를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물 위에 그림 그릴 생각만 하고 있다”며 한국이 ‘신남방정책’에 북한을 ‘슬쩍 끼워 넣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통신은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 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을 어찌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북남 수뇌분들이 두 손을 높이 맞잡은 역사적 순간에 비길 수 있겠는가”라며 “북남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현 ‘정권’을 ‘친북정권’이니, ‘좌파정권’이니 하고 입을 모아 헐뜯어대고 그 연장선 위에서 ‘북남합의파기’를 떠들며 우리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측이 미국과 정책 조율 등을 이유로 남북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우선 정상화 등을 이행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지금 이 순간에조차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북남관계문제를 들고 미국에로의 구걸행각에 올랐다니 애당초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 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시금 명백히 말하건대 무슨 일이나 잘되려면 때와 장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며 “그 척박한 정신적 토양에 자주적 결단이 언제 싹트고 자라나는가를 참을성 있게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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