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를 보는 다른 눈
홍콩 시위를 보는 다른 눈
  • 승인 2019.11.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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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홍콩이 시위사태로 매우 혼란하다. 2019년 대만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 홍콩 남성의 대만 송환 건으로 추진된 ‘홍콩송환법’이 중국에 반중국 인사를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본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시위가 촉발되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의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검은 옷의 시위대가 지난 6월 16일 홍콩을 뒤덮었다. 집회 주최 측 추산으로 200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는 홍콩 시민 740만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이며, 홍콩 역사상으로도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던 150만명을 훨씬 능가하는 숫자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과 빈백, 최루탄,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체포자 조건 없는 석방·경찰 행태에 대한 독립적 조사·행정장관 직선제 보통선거 실시 등 5개 조건을 제시했으며, 9월 4일 홍콩 행정 장관인 캐리 람이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나머지 4개 조건의 이행을 주장하면서 시위를 지속했고, 홍콩 정부는 10월 4일 긴급법 발동 결정, 5일부터는 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물리적 충돌에 의한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11월 들어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번 홍콩 시위 사태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홍콩의 ‘자유’가 흔들리는 현실에 대한 민심의 분노와 불안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국 덩샤오핑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으면서 홍콩에 사회주의 체제가 적용되지 않고, 현재의 정치·경제체제를 최소한 50년간 유지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그리하여 홍콩은 중국의 하나의 행정구역이면서도 독자적인 헌법·행정부·법원을 보유하는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해 왔다.

홍콩 시위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각은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자유·평등과 같은 천부인권을 요구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즉, 화평연변(和平演變)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를 분석해 보면 경제성장으로 인해 소득이 증가하면 민주화를 요구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홍콩, 상하이, 심천, 주하이, 대만 등 경제가 발전한 지역에서 따뜻한 민주화의 바람이 불면 중국 전체를 혼란으로 뒤덮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보수파들은 동구권 국가의 민주화로 체제전환과 사회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 몰락을 불러온 것은 서구의 화평연변 전략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의 꿈은 반드시 중국특색사회주의라는 중국의 자체의 길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영토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상호존중’과 ‘핵심이익 보호’를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핵심이익에는 주권과 영토가 포함되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홍콩의 폭력을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에 홍콩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막사에서 나와 시위로 어지럽혀진 거리 청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병사 중에는 중국 최정예 대테러 부대인 ‘쉐펑(雪楓)여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중국 정부가 언제든 홍콩 시위현장에 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중국 정부의 반인권적 시위 진압에 대해 경제 제재 등 여러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제조업 회사들은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길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은 약해질지도 모른다. 또한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적 재산권 침해, 뇌물 및 부패와 환경문제, 품질 관리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한번 중국을 떠난 외국계 회사는 다시 중국으로 유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홍콩 사태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양립 가능성을 측정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권위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하고 있다. 완전무결한 제도야 없겠지만 홍콩 시위를 통해 자유와 인권을 대하는 중국 정부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다. 화평연변에 대한 두려움으로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과거 텐안먼 사태처럼 무력으로 진압한다면 ‘팬더’로 친근하게 포장해왔던 중국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의 인내로 홍콩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상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인권,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보편적 가치이므로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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