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키운 가로수, 왜 잘라 버리나”
“수십년 키운 가로수, 왜 잘라 버리나”
  • 한지연
  • 승인 2019.11.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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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주변
상태 좋은 나무까지 ‘톱질’
원인자 부담·장소 문제 등
복합적 요인 작용 이식 기피
전문가 “가로수도 문화자산
훼손 말고 보존 방안 찾아야”
무더기로 잘려나간 왕벚나무 최근 대구 북구 고성동 내 한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인해 왕벚나무 14그루가 제거됐다. 사진은 잘려나간 왕벚나무 14그루 가운데 9그루. 독자제공
대구지역 내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가로수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공사차량 진출입로 확보 등을 이유로 상태가 양호한 가로수들까지 줄줄이 베어지는 실정이다.

26일 대구시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1월 26일까지 최근 3년여 간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제거된 가로수는 총 339그루에 달한다. 이식된 가로수는 140그루다. 가로수 이식보다 제거된 경우가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가로수 제거 사유로는 공사차량 진입출로 구간의 지장수목, 기존도로의 확장과 신설도로 접합부에 지장수목, 주택재건축정비구역 내 지장수목 등이 있다.

대구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 제20조에 따르면 관리청의 승인을 받거나 협의를 거쳐 가로수와 그 관리시설물을 옮겨심기·이설 또는 제거할 경우에는 원인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인해 가로수를 이식 또는 제거할 시 관리청의 재정부담은 없다. 하지만 원인자의 비용 부담과 이식 기술 및 장소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에 있어 가로수 이식보다는 제거가 더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행정·개발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환경·미래지향적 사고로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시 조례 내용을 구체적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수봉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교수는 “대구는 타 지자체보다 가로수 관리가 잘 이뤄져 있는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행정·개발 위주의 사고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가로수 또한 지역 문화자산의 일부로 도시역사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며 “가로수 이식 또는 제거가 확정되기 이전에 나무의사 등 전문가 자문을 구해 행정적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본청에서는 시정방향에 따라 최대한 가로수를 제거하지 않고 이식하도록 하고 있다. 각 구·군청도 마찬가지”라면서 “복합적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가로수를 제거해야 될 때에는 다른 가로수를 식재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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