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잔인한 세상과 마주한 처절한 모성애
‘나를 찾아줘’ 잔인한 세상과 마주한 처절한 모성애
  • 배수경
  • 승인 2019.11.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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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전화 한통
낯선 바닷가 마을로 향하는 정연
착취·학대…인간의 추악한 민낯
이익을 위해 묵인한 잔혹한 현실
실종아동 실태에 대한 경종 울려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때로는 너무 가혹해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있다. 27일 개봉한 영화‘나를 찾아줘’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펼쳐놓는다. 그리고 불편하지만 고개를 돌리지 말고 바라보라고 말한다.

‘혼자 있고 싶어서 윤수가 일주일만 어디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6년전 아이를 잃은 정연(이영애)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진다. ‘보통사람보다 밝다’는 주변 사람의 무심한 말 한마디도 그녀를 송곳처럼 찌른다. 장난전화로 남편을 잃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는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 더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목격했다는 전화에 홀로 낯선 바닷가 마을 낚시터로 향한다.

사람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런 일을’이란 말을 한다. 실제로 인두겁을 쓴 인간들이 벌이는 일은 드물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다.

2014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안 염전노예사건은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뇌리에 선연하게 박혀있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사건들은 심심치 않게 신문 사회면에서 볼 수 있다. 모든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거의 똑같다. 그들이 착취에 시달릴 때 누구도 그들을 눈여겨보거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가족’처럼 돌봐줬는데 억울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나를 찾아줘’ 속 낚시터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를 착취하고 모두가 그걸 묵인한다.

누군가의 슬픔과 절망이 누군가에게는 놀잇감이 되거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절박한 감정을 이용해 장난전화를 하는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정연은 남편을 잃는다. 가족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것이 영화를 빌어 드러난 잔혹한 현실이다.

영화는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반전보다는 처음부터 예측 가능한 전개가 이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꼭 필요했던 것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누군가가 고통받는 걸 바라보는 건 힘들지만 특히나 아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것은 힘들다.

이러한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친절한 금자씨’이후 14년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영애는 여자에게 엄마라는 이름이 더해질 때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물론 현실감과는 별개의 문제다. 유재명(홍경장)의 소름끼치는 악역 연기 역시 영화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영화는 오로지 하나의 메시지만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는 우리의 무관심이 결국은 또 어디선가 또다른 민수와 지호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경종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실종아동 전단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의 의도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좀 심하게 잔혹한 공익광고 한편을 보고 나온 듯한 느낌도 지울 수는 없다.

낚시터 앞에 펼쳐진 갯벌의 질척함이 영화 내내 온 몸을 휘감아 오는듯 불편하게 만들지만 김승우 감독은 끝까지 아들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정연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잊어버리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나를 찾아주세요.’ 그는 사족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구태여 덧붙이며 또 한번 강조한다. 실종아동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어쩌면 이것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힘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될 시스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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