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 망할 놈’ 하던 마누라가 바람나 도망갔다며
‘망할 년 망할 년’을 입에 달고 살다 쫄딱 망한 친구
어느 겨울
느닷없이 달마의 모습으로 왔다
겨울을 한 짐 채운 바랑에서
‘올해부터 십 년간 대운’ 신년운세를 뽑아준다
친한 지인들 모두에게
‘올해부터 십 년간 대운’ 똑같은 점괘를 팔았다
연월일시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따져 물었더니
‘그게 말여, 망할 놈, 망할 년 하다 진짜 망해 부렀어야! 되도 않을 말 씨는 애저녁 뿌리지 말그래이’
툴툴 웃는다
주도 없는 암자
아궁이에 불쏘시개를 넣는 초짜 땡추의 눈이 달마를 닮았단 말씨!
흥할 놈, 흥할 년
슬그머니 혀를 굴려본다
찌푸렸던 허공이 서녘부터 환하다, 펄펄 눈이 내린다
◇김부회= 1963년 서울産.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 (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외 다수 공저.
<해설> 카르페디엠, 씨크릿, 무지개원리 등...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언어나 책 제목이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언어들로 간절히 바라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습관처럼 나오는 말들에도 힘과 기운이 있어 이들은 주인이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간다고 한다. 괘는 누가 봐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 오늘도 아름답고 좋은 언어들만 골라서 사용해 보자.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