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 卦
괘 卦
  • 승인 2019.11.28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부회

‘망할 놈 망할 놈’ 하던 마누라가 바람나 도망갔다며

‘망할 년 망할 년’을 입에 달고 살다 쫄딱 망한 친구

어느 겨울

느닷없이 달마의 모습으로 왔다

겨울을 한 짐 채운 바랑에서

‘올해부터 십 년간 대운’ 신년운세를 뽑아준다

친한 지인들 모두에게

‘올해부터 십 년간 대운’ 똑같은 점괘를 팔았다

연월일시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따져 물었더니

‘그게 말여, 망할 놈, 망할 년 하다 진짜 망해 부렀어야! 되도 않을 말 씨는 애저녁 뿌리지 말그래이’

툴툴 웃는다

주도 없는 암자

아궁이에 불쏘시개를 넣는 초짜 땡추의 눈이 달마를 닮았단 말씨!

흥할 놈, 흥할 년

슬그머니 혀를 굴려본다

찌푸렸던 허공이 서녘부터 환하다, 펄펄 눈이 내린다

◇김부회= 1963년 서울産.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 (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외 다수 공저.

<해설> 카르페디엠, 씨크릿, 무지개원리 등...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언어나 책 제목이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언어들로 간절히 바라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습관처럼 나오는 말들에도 힘과 기운이 있어 이들은 주인이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간다고 한다. 괘는 누가 봐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 오늘도 아름답고 좋은 언어들만 골라서 사용해 보자. -김인강(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