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는 괜찮을까?
우리아이는 괜찮을까?
  • 승인 2019.12.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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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수 대구시의사회재무이사·임연수 소아청소년과 원장
만 12세까지 무료독감예방접종 실시 후, 청소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아이들이라 그동안 얼마나 자라고 성장했는지를 보는 보람도 있지만 평소 병원을 안와서 몰랐던 문제점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 특히 문제가 되었던 성장기아이들이 주의해야할 점을 얘기해보고 싶다.

만12세가 되어서 온 여자이이로 이미 사춘기 성장이 막판까지 온 아이로 키가 지나칠 정도로 작은 것이 문제였다. 엄마말로 한약을 한재 먹였고, 올겨울에 한재 더 먹여야 되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미 성장이 끝난 아이처럼 보였다. 현재 키가 142cm로 정상에서도 아주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한 키였고, 제대로 된 성장판 검사나 호르몬 검사를 해보지도 않고 한의원에서 약을 먹였다는 것에 화가 났다. 물론 유전적으로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지만 정상 범위를 벗어나고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라면 최소한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보내야하지 않겠는가? 아이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데 검증된 것도 아닌 한약을 지어주는 건 참 나쁜 일이다. 한약이 무조건 나쁘다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요새는 어묵 하나를 사도 연육이 몇 %인지, 첨가물은 뭐가 들어갔는지를 따지면서 그 한약재가 얼마나 많은 농약을 쳐서 키운 것인지 어디서 생산 된 것인지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쳤는지 한재의 한약에는 어떤 약재가 어느 정도로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고 약이라고 먹을 수 있을까? 양약처럼 성분을 표시하고 검증하고 정량화하고 부작용 여부를 늘 감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얼마 전 라니티딘 사태처럼 문제가 없다던 성분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검증을 하고, 있던 것도 퇴출시키는 태도가 있어야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에게 진료의뢰서를 써주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기를, 너무 늦게 보낸 것이 아니기를 기도했다.

또 다른 여자아이로 척추측만증이 너무 심해 보조기를 하고 온 아이였다. 아이가 가방을 매고 가는데 한쪽 어깨 쪽 끈이 너무 떠 있어서 병원을 가게 되었고 특발성 척추 측만증으로, 각도가 30도 가까이라서 보조기를 하고 온 학생이다. 앞으로 성장을 하게 되면 측만의 각도가 더 심해 질 거라서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척추 측만증에 대해 사춘기 부보들이 알고 있어야 할 점을 짚어보고 싶다.

측만증은 나쁜 자세 등이 원인이 아니고 80-90%가 특발성, 즉 이유를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강도가 20도까지는 겉으로 봐서는 거의 표시가 나지 않아서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르거나 날개 뼈가 한 쪽이 튀어나와 있지는 않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주 심한 만곡이 아니 경우 장기 예후가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성장이 남아 있는 아이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지고 나중에 요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서 추적 검사를 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이상한 치료나 보조 식품 등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정도가 25도 이상의 경우 보조기를 하고 아주 심한 경우 수술이 아니면 치료가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이상한 치료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전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척추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미국 아이들에 비해 측만증 비율이 10배정도였고 그 이유로 조심스럽게 학교 체육이 없어진 것과의 연관성을 얘기한다. 적절한 운동으로 근육의 힘이 받쳐주고 스트레칭으로 균형을 잡아 주어야하는데 앉아만 있는 생활로 인해 척추를 받쳐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될 거 같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체력이 약해져 있는 것도 공부만을 강요하는 사회의 탓인 거 같아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청소년의 미래가 앞으로 나라의 미래인데 여기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부임 후 급식시간에 감독을 하는데 아이들이 떠나 뒤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버려진 반찬이 바닥에 가득하더라는 얘기였다. 눈치가 보여 음식은 받았는데 먹기 싫으니까 먹는척하고 바닥에 버리는 거였다. 아이들 얘기를 듣다보면 씹는 것을 싫어해서 두부, 계란, 김만 먹는 아이들이 많고 우리 병원 아이 중 한명은 초등학교 5학년까지 밥과 김만 먹었다고 해서 야단을 친 적이 있다.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자주 먹다보니 익숙해서 맛있다고 착각을 한다고 한다. 결국은 먹는 것만 먹이고 다양한 음식을 주지 않아서 2차적 편식이 생긴 경우가 많다. 안 먹어서 안주었다지만 자꾸 시도를 안 해서 안 먹게 되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평균 12번 정도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공부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육체적 건강도 챙겨보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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