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못 받는 알바생들
최저시급 못 받는 알바생들
  • 승인 2019.12.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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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
LED거실 등이 고장이 났다. 형광등보다 밝고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고 해서 교체한 지가 1년이 넘는다. 조명세트 중 하나에 불이 나간 지 보름이 넘었다. 20년 넘게 단골인 조명기구상에 연락했지만 소식이 없다. 마침 연락이 닿아 늘 점포를 지키고 있는 부인이 사장이 있다면서 전화를 바꿨다. 사장이 몇 번이나 미안하다면서 하는 말이다. “서 너 명 직원을 다 내 보내고 혼자 일하다 보니 바빠서 못 갔습니다. 빨리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평생 하던 일을 놓지 못하고 일거리가 줄어들고 직원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혼자 뛰는 70대 줄의 노 전기기술자를 보면서 여러 상념이 떠오른다. 사장이 내 보낸 직원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하 소주도)이 서민생활의 바닥까지 훑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부아가 오른다. 대학에 갓 입학한 손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더니 며칠 안가 그만 둔 모양이다.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 8천350원을 받을 줄 알았는데 6천여 원 밖에 못 준다고 하더란 것이다. 점주에게 따졌더니 대구의 다른 편의점도 다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회초년생인 손녀가 약간 쇼크를 받은 모양이다. 대학생은 누구나 한번쯤은 알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다고 한다. 알바를 해서 학비를 버는 학생도 있지만 보통 학생들은 알바를 하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직접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가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 알바는 선배들이 해 온 것을 사회현장에서 실험해 보는 워너비 같은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대학생 알바가 학생들이 바라는 낭만이 아닌 사회부조리의 쓴 맛을 보여주는 현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최근 부산지역에서 편의점주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교육 간담회’가 있었다. 교육 담당자가 질문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점주님들은 손을 들어보세요” 50명중 3명이 손을 들었다고 한다. “지방은 서울 매출의 60%밖에 안 되는 데다 손님이 없어 아르바이트 직원이 할 일도 그만큼 적다”며 “그래서 서로서로 7천~8천원 선에서 시급을 정하고 일하는데 요새는 그마저 힘들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고용주인 점주들이 정한대로 시급을 받고 일하면서 할 말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주장하면 일자리를 그만두어야 하고 말썽을 일으키면 그 세계에서 영영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최저임금을 안주면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거의 유명무실한 것이 되었다. 고용주와 고용인이 묵계 상태에서 시급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원리다. 이 정부는 시장원리를 강제적·인위적으로 깨고 있는 것이다. 점주는 대놓고 “나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잡아가라”고 하고 “적게 줘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고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대놓고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법을 두고 지키는 곳도 있고 법을 어겨도 말썽이 없으면 모르는 체 넘어가는 것은 옳은 행정이 아니다. 최저임금 계도현장에서 고용청은 업주나 직원모두가 사정이 딱해 시정명령하지 않고 자율시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한다.

자율시정이 무엇인가. 시장경제를 담고 있는 말이 아니겠나. 소주도가 제 기능을 완전히 못하고 있는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정책이 잘 못 되었으면 고치는 것이 순리고 그것이 민주주의다.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여 준다는 소주도 정책의 수혜자는 제도권 속의 노동자들일 뿐 임시직이나 일용직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도대체 대통령의 공약이란 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통령의 속을 알 수가 없다. 고용분야에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16.5%라고 한다. 근로자 6명중 1명은 최저임금을 못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간 서민층을 위한다며 최저임금을 29%나 올렸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북한에서 장마당이 허용된 후로 경제가 나아졌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시장 원리가 작동된 것이다.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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