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은 그녀' 뻔하지만 애틋한 가족이라는 이름
'감쪽같은 그녀' 뻔하지만 애틋한 가족이라는 이름
  • 배수경
  • 승인 2019.12.0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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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순에게 찾아온 외손녀딸 공주
웃음 유발하는 조손간의 동거기
설탕으로 배고픔을 잊는 공주 등
조손가정의 애환 엿볼 수 있어
여전히 존재하는 따뜻한 어른들
훈훈한 연말 가족 영화로 제격
감쪽같은그녀-3
 

“갑자기 처음 본 아이가 손녀라꼬 찾아왔다. 이름이 공주란다. 절대 안 이자뿔(잊어버릴) 이름이네.” 2000년 부산의 달동네 마을, 말순(나문희)의 집에 12살 공주(김수안)가 동생 진주를 포대기에 업고 불쑥 찾아온다. 가수가 되겠다며 가출한 딸이 낳았다는 손녀다.

자신이 모르는 가족이 어디선가 나타난다는 설정은 우리가 그간 한국영화에서 많이 봐온 소재이다. 4일 개봉한 영화 ‘감쪽같은 그녀’의 포스터는 2014년 나문희,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는 갑자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를 그린다. 이런 조손 간의 갑작스런 동거는 영화 ‘집으로’(2002)를 연상케도 하지만 ‘집으로’의 7살 철없는 상우와는 달리 너무 일찍 철든 공주의 모습은 안쓰럽다.

 

감쪽같은그녀-2
 

‘감쪽같은 그녀’는 일단 웃음으로 관객의 마음을 풀어놓는다. 전학 온 공주에게 첫눈에 반한 우람(임한빈)과 공주에게 텃세를 부리는 황숙(강보경)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공주의 수난기로 시작되었다면 처음부터 뻔한 신파로 흘러가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전혀 꿀리지 않고 당당한 모습이라 관객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손수건에 수를 놓아 파는 말순은 공치는 날이 많다. 당연히 벌이도 시원찮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군식구가 더해지니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기저귀와 우유를 구하기 위한 그들의 좌충우돌도 초반에는 웃음 요소로 작용한다. 체육복이 없어 공주가 체육시간에 교실에 있어야 한다거나 배고픔을 잊기 위해 설탕을 먹는 모습 등에서는 이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겨난다.

이쯤에서 감독은 서서히 영화의 방향을 웃음에서 감동 쪽으로 바꾸며 관객을 몰아간다. 어찌보면 감동과 신파는 한 끗 차이다. 감동을 위한 설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본 듯한 클리셰 범벅이지만 그걸 알면서도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어 훌쩍이게 된다.

 

흑백-감쪽같은그녀-1
 

‘감쪽같은 그녀’는 소재의 식상한 소재와 뻔한 스토리를 배우의 연기력으로 채워간다. 어린 김수안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나문희는 명불허전이다. 나문희와 김수안 두 사람의 케미는 완벽하다. 토박이들에게는 조금 어색하게 들릴 사투리 연기도 봐줄만하다.

영화 속에는 다행스럽게도 나쁜 어른이 없다. 그래서 기본적인 이야기의 틀은 슬프지만 영화에는 훈기가 넘친다.

공주의 담임교사(천우희), 사회복지사(고규필), 동네병원 의사(최정원), 우람엄마(진선미) 등 그들 주변의 어른들은 모두 따뜻하다. 공주가 가족을 주제로 쓴 ‘삽살개 이야기’ 역시 반전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어린 공주의 선택은 세상을 좀 더 산 어른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따뜻한 어른들이 옆에 있는 한 공주와 진주가 잘 성장하리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성인 공주로 마지막에 깜짝 등장하는 수영도 반갑다.

영화 속에서 공주가 가끔씩 부르던 노래 ‘나의 사람아’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한몫한다. “언제 보아도 웃음 띈 얼굴, 언제 들어도 다정한 음성.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요.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소소한 웃음에 눈물코드까지 ‘감쪽같은 그녀’는 연말 가족영화로 손색없을 듯하다. 말순과 공주가 마음 속 숨겨놓았던 비밀과 자신의 속내를 슬며시 드러내놓는 ‘감쪽같았지’ 게임도 연말 가족 모임에서 한번 해봄 직하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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