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중소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박명호 경영칼럼] 중소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 승인 2019.12.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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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이달 초 대구신문이 주최하는 ‘제6회 대구·경북 중소·벤처기업 대축전’이 엑스코에서 열렸다. 지역경제발전의 버팀목이 될 벤처기업의 육성과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성들여 마련한 매우 유익한 행사였다. 성장가능성이 있는 이 지역 벤처기업들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이들의 미래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어준 자리였다. 참석한 중소 벤처기업 경영자들에게 많은 도움과 큰 격려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행사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벤처(venture)사업은 문자 그대로 모험산업이다. 벤처이야기는 16세기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에도 나타난다. ‘인육저당재판’ 이야기가 그것이다. 베니스 상인 안토니오가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저당 잡힌 배의 선적물이 난파되어서 빚을 갚지 못하자 샤일록이 법정에 제소하였다. ‘살은 베어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란 유명한 판결이 여기서 나왔다. 희극에서의 해상무역처럼 모든 벤처사업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리스크(risk) 없는 수익성 좋은 비즈니스는 없다. 수익이란 대체로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성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벤처산업은 미국이 1980년대의 경제위기에서 오늘날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탈바꿈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소위 실리콘벨리의 기적이다. 구글, 테슬라, 애플, 페이스북, 에이앤디, 트위터, 우버가 다 이곳에 모여 있다고 한다. 이들 스타트업(start-up)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여 소위 ‘파괴적 혁신’으로 자생력을 확보하면서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많은 부를 창출해 내었다. 미국 못지않은 벤처창업국가는 단연 이스라엘이다. 인구 1인당 스타트업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창업 정신이 넘쳐흐르는 나라다. 이스라엘 벤처의 강점은 ‘글로벌 시각’이다. 자국 내수시장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 하면 세계 시장에 진입하고 성공할 수 있을지가 그들의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벤처 창업이 매우 활발하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10년간 매년 창업기업수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창업기업이 9만 7천428개, 그 중에서 기술창업부분은 1만 7천236개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창업과 벤처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종전 취업 위주의 사회진출 풍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창업이 대세고 벤처 창업 또한 매우 활발하다. 벤처강좌는 개설된 지 오래고, 대학 내 연구실 창업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대학원 석·박사과정에 벤처창업학과를 둔 대학들도 상당수다. 창업과 벤처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장밋빛 희망으로 출범하는 벤처기업은 과연 성공하고 있는가. 성공의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사업화 후 성공률은 채 5%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 미만이며, 중소 벤처기업의 성공가능성은 0.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벤처기업은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실험정신이 충만한 고급인력, 실패를 격려하고 존중해주는 사회적 풍토와 벤처비즈니스 인프라의 구축, 충분한 수요창출능력 등이 바탕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기술보다도 고객정보를 토대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캐즘(chasm)이다. 이것은 벤처기업이 잘 성장하다가 단절이 생기는 난관을 지층 사이 협곡에 빗대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첨단 기술제품은 다수의 수요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주류시장에의 진입이 매우 어렵다. 초기시장에서의 성공예감을 믿고 그대로 나갈 때 여지없이 절벽을 만난다. 가장 훌륭한 처방은 제대로 된 마케팅이다. 주류시장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확산을 위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제프리 무어 교수는 ‘캐즘 마케팅’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자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경쟁상대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캐즘은 벤처사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인생길에서 크고 작은 캐즘을 만난다. 영웅들의 삶에도 죽음을 방불케 하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캐즘이 있다. 영웅이야기는 대개 상상을 초월한 고난 극복의 감동스토리다.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저승세계를 벗어난 뒤 부하들에게 고난의 가치를 말해주며 격려하였다. 후일 로마건국의 시조가 된 트로이전쟁의 패전 영웅 아이네아스도 지옥의 관문을 통과하며, “아마 이 고생도 그대들에게는 언젠가는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오”라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공을 위해 안간힘을 다 쏟는 중소 벤처기업인들의 모습을 행사장에서 보았다. 세밑, 간절히 바라건대 이들 모두가 ‘고난의 행군’을 잘 마치고 반드시 성공하는 새해를 맞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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