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
  • 승인 2019.1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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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나 연말이 되면 늘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단어가 있다. ‘다사다난.’ 신문·방송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감격에 겨워 입에 올리지만 이제는 좀 식상한 느낌이다. 아마 어렵게 한 해를 살아온 인간들이 자기 스스로에게 “잘 견뎌냈다”고 위로를 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단어가 없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런데 새해를 앞두고 있는 지금 필자가 돌아본 올해는 ‘다사다난’이라기보다 ‘혼돈과 혼란’이다.

사람들마다 기억나는 사건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지금 가장 떠오르는 것은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규제 경제도발이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질타하며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길 수 없어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한 보수신문의 기사를 보자. 기업체 관계자가 “국산화를 하겠다고 해도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한탄했다고 전했다. 설명회를 하는 정부 관계자를 향해 한 기업인이 “업체가 영세해 이런 설명회에 참가하기도 힘든데, 일반적 내용만 설명할 거면 그냥 자료를 만들어 나눠 주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는 식이었다. 기사 말미에는 외교적 해결 경로가 있느냐며 업체는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 관계자는 당황한 듯 “설명회를 이만 마치겠다”며 급히 마무리했다고 적었다. 언론이 지적하듯 그토록 어려운 경제전쟁이 시작됐다면 이를 이겨내기위해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것인지 기사화하는 것이 대부분 국가의 언론인데 우리나라는 정부 비난에 열을 올린 기사가 많았다. 올 한해를 마감하며 쓰레기처럼 남아있는 희미한 기억이다.

전쟁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고순도 불화수소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일본 스텔라케미파의 올 7~9월 영업이익이 1년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불화수소 수출을 규제한 여파가 일본기업의 실적 폭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에는 LG디스플레이가 일본산에 의존해온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100% 대체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 100여일 만이라고 한다. 무능한 정부라고 자국 언론으로부터 그렇게 비난 받으면서도 우리 정부, 또 기업들은 국민에게 희망의 승전보를 안겨주었다.

지소미아 사태에서 또 다시 일본 언론인지 한국언론인지 알수 없는 보수 언론은 모든 것을 정부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조건부로 연장한다는데 두 나라가 합의를 한 뒤 일본이 왜곡발표를 했고, 우리 정부가 항의하자 일본 쪽이 사과했다는 정부발표가 있었다. 이 ‘사과’를 놓고, 우리는 했다고 하고, 일본은 안 했다고 하고, 논란이 됐을 때 청와대 관계자가 “(한·일 정부 중) 누구를 믿나?”라고 기자들에게 묻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한 신문은 “한국 정부를 믿는다고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한·일 양쪽 중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정부는 위에서 아래까지 거짓말을 밥 먹듯 해왔기 때문이다. ‘거짓말 불감증’에 걸린 집단 같다”고 했다.

올해를 말하면서 조국 사태를 뺄 수 없다. 조국이라는 사람에 관한 한 언론은 어느 한쪽의 얘기는 철저히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라 언론이 옳았는지 아니면 조국가족이 억울한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국사태를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았다며 한편의 국민들은 지금도 도심 집회를 계속하는 모양이다. 그 반대에 서서 조국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빨갱이라고 보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 한쪽은 다른 한쪽의 거짓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어떤 해명도 모두 가짜뉴스가 되고 만다. 올 한해 화두는 거짓말 인것 같다. 멀리 미국도 대통령의 거짓말을 두고 청문회가 열리는 판이니 전세계적인 화두가 거짓인가.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머릿속이 어지럽고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국익과 관련된 사태가 발생하면 여야·언론이 모두 친정부적으로 변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걸고 사생결단 싸움을 거는 것은 아닐까. 내년에 선거가 끝나면 이 혼란과 거짓말 소동이 조금 사라지길 새해 소망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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