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올라 개수 줄였더니
손님들이 야박해졌다고 해”
‘붕세권·호세권’ 조어도 등장
“한철 장사인데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올 겨울도 걱정이네요.”
“그 많던 붕어빵집 다 어디로 간 건지…기껏 찾아도 천 원에 두세마리 줄 만큼 인심이 박해졌어요.”
겨울철 추억의 간식인 붕어빵·국화빵 등 풀빵을 파는 노점이 눈에 띄게 줄었다. 물가 상승으로 풀빵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노점상도 매출 타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천 원에 네 마리’하던 때도 이미 지났다. 풀빵의 ‘몸값’이 오르자 자연스레 ‘서민 간식’ 자리도 지키기 힘들어졌다.
지난 9일 찾은 대구의 한 잉어빵 노점. 불판은 꺼져 있고 2시간 전 구워 둔 잉어빵 20여 개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팥앙금이 든 잉어빵 3개 가격은 1천 원이었다.
상인 A씨는 “장사가 통 안 된다”며 혀를 찼다. A씨는 “밀가루나 팥, 설탕 등 재료값이 오르면서 1천 원에 다섯 마리 주던 걸 세 마리만 준다. 양이 줄다보니 아무래도 덜 사먹는 것 같다”며 “열심히 팔아봤자 재료값조차 안 될 때도 있고, 미세먼지 때문에 아예 공칠 때도 있어서 다른 쪽으로 업종을 바꿔볼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풀빵 가격은 밀가루나 설탕, 팥 등 원재료부터 LPG 등 연료 값, 포장용 종이봉투 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6년여 간 풀빵 장사를 했다는 A씨는 5년 사이 팥 도매가가 30~40%가량 오른 데다 설탕 가격은 대략 10% 이상 뛴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구 북구에서 붕어빵을 파는 노점 상인 B씨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B씨는 “붕어빵 개수를 한두개 줄이니 손님들이 야박해졌다며 한소리씩 한다”며 “크기를 조금 줄이고 개수를 늘리는 법도 있는데, 가맹이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풀빵 노점이 귀해지면서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나 ‘호세권(호떡+역세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풀빵 노점 위치를 공유하는 누리꾼도 상당수다.
참여형 지도 시스템인 구글 오픈맵을 활용해 전국 풀빵집 위치 정보를 표시한 ‘대동풀빵여지도(@pulppangmap)’도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대동풀빵여지도는 지난해 화제가 됐던 ‘대동붕어빵여지도’의 확장판 개념이다. 지도에 표시된 아이콘을 클릭하면 풀빵 노점 정보가 뜬다. 대구의 경우 이달 9일 기준으로 붕어빵이나 잉어빵, 국화빵, 호떡 등 풀빵을 파는 가게 50여 곳이 표시돼 있었다.
강나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