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짓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아이의 거짓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 승인 2019.12.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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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다. 어찌 보자면 어린 아이일수록 더 자주하고, 더 능숙하다. 그러나 종종 내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서 ‘설마 우리 아이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더라도 그 믿음이 틀리다는 것을 쉽게 증명할 수 있으리라. 아이들에게 있어서 거짓말은 그 악의성을 떠나고서라도 자연스럽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아동연구에 대한 흥미로운 분야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 ToM)는 아동의 속임 행동과 거짓말에 대한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 마음이론에서는 타인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추론하기 위한 특정의 정신적인 기관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고 가정한다. 의식적인 판단이 아닌 ‘느낌’으로 상대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내고 자기가 나름대로 대처하려는 능력이다. 4-5세만 되어도 개인의 마음이론은 완성되고, 아이들은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여 거짓말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 아이들의 거짓말은 아주 정교해진다. 꾀병과 같은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는 아주 소소한 거짓말이고, 정말 잘 ‘먹히는’ 거짓말이다. 저항을 의미하기도 하는 침묵부터 시험부정 행위와 같은 범죄적인 거짓말까지 학생들의 거짓말 범주는 다양하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러한 거짓말을 왜 하는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거짓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그게 나쁜 것인지 몰라서다. 아이들은 거짓말에 깜박 속아 넘어가는 상대를 보며 일말의 스릴을 느낀다. 이 짜릿한 기분은 마치 놀이기구를 탈 때 느끼는 그것과 같다. 두 가지 짜릿함을 아이들은 구분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분명히 거짓말이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잘못인줄 모를 때 행해진 거짓말은 벌보다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아이에게 누구도 거짓말이 나쁜 것이라고 분명하게 가르치지 않았으면서, 아이들이 ‘저절로, 혹은 원래 저런 건 알아야 하는 기본’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떤 경우에는 혼나는 것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 경우는 대부분 부모님의 양육 태도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부모의 제재가 너무 강한 경우에 아이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사실 부모라면 당연하게 아이의 잘못에 냉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무언가를 잘못하였을 때, 잘못만을 시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소위 잔소리가 더불어 시작되는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니’부터 시작해서 ‘네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지금 엄마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너는 왜 부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지…’, ‘이제까지 우리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등에 이르는 이야기까지 가는 건 냉정하게 다 잔소리다. 아이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바에 깔끔한 거짓말로 사실을 위장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나의 필요 이상의 분노나 원망, 한탄이 아이를 거짓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위치를 높이기 위한 ‘이기적인 거짓말’도 많다. 과장이나 자랑 같은 작은 거짓말 역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우리 집에 어떤 게 있는데’, ‘내가 용돈을 얼마 받았는데’, ‘우리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데’ 등 이러한 과장적 거짓말은 교실의 쉬는 시간에 무수하게 오고가는 대화 중 한 형태다. 아이의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는 경우 특히나 이러한 행동들로 만회하려는 시도가 생긴다.

아이의 거짓말에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하거나 화만 나서는 안 된다는 거다. 실제로 내 아이의 생각지도 못한 면모 앞에서 부모의 감정을 추스르는 것은 정말 어렵다. 더불어 내 아이의 잘못을 직시하고, 이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의 잘못은 반드시 짚어주고 거짓말을 한 아이만의 이유를 반드시 확인하여 지도하여야 한다. 이유를 살피지 않고 그냥 거짓말을 해서, 잘못을 해서 혼나는 행위는 다음 거짓말을 없애지 못한다. 더불어 서운함이나 분노 같은 부모의 남아 있는 감정을 질질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용서 후에 왠지 용서 안한 것 같은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주눅 들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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