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염(?)수술, 나는 언제?
맹장염(?)수술, 나는 언제?
  • 승인 2019.12.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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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대구 마크원외과의원 원장· 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1월 14일, 올해도 어김없이(?) 고사장이 아닌 병원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이 있었다. 수능 바로 전날 ‘맹장염’ 진단을 받고 춘천 모병원에 입원한 수험생 A씨는 다음날 수능시험 당일, 병원 측 배려로 격리 병상 시험장을 설치하고 경찰관도 1명 배치하는 병원, 교육청, 경찰청의 합동작전 끝에 무사히 시험을 치른 후 저녁에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A양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의문이 생긴다. 흔히들 맹장염은 급하게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던데, 24시간이나 지나서 수술을 받다니? 그것도 그 사이 멀쩡하게 수능시험을 치러가면서? A양이 유별나게 튼튼해서 그런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분들 대부분에게도 가능한 일이다.

흔히들 맹장염으로 부르는 이 병의 본명은 ‘급성충수염’이다. 사실 ‘맹장’은 대장의 한 부분으로서, 대장과 소장이 연결된 부위 아래쪽에 주머니처럼 엄연히 존재하는 별개의 해부학적 구조물이다. 충수는 맹장에 연결되어 있는 별도의 구조물인데 서로 붙어 있다보니 충수염과 맹장염이라는 용어를 혼동하여 사용했었고 일반인들에게 관용어로 굳혀진 듯하다. 어쨌든 전국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 대구 ·경북에서만 매년 5000여명이 급성충수염으로 수술을 받고 있을 만큼 외과에서 가장 흔하게 수술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급성충수염은 발생 24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비천공성(충수 내부에 감염이 머물러 있는 초기부터 중간까지의 단계) → 단순천공성(염증이 심해져서 세균과 염증세포가 충수 밖으로 새어나온 경우) → 천공과 함께 주위조직에 염증을 유발한 경우(국소복막염) → 천공으로 인한 농양(고름주머니)이 주변에 형성되거나(충수주위농양) 배안에 골고루 염증이 퍼지는 경우(범발성 복막염). 나열한 순서대로 진행할수록 수술도 힘들어지고 입원·통원 기간도 늘어나며 합병증 발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능하면 빨리’ 수술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초음파, CT 등 진단 기법이 발전하면서 비교적 발병 초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설사 상당수준 염증이 심해진 상태로 진단된 경우에도 적절한 주사 항생제 사용 등 수술 전 대증치료를 통해 위와 같은 진행 과정을 도중에 억제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그런데 충수염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 기본적인 원리는 ‘막힘’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맹장과 충수의 연결부위가 막히거나 좁아지게 되면 충수와 대장간의 소통이 차단되고 그로 인해 충수에 갇힌 장내 세균들이 과다증식하면서 염증성분과 독성물질로 충수 내부가 채워지는 것이 충수염의 시작이다.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10~20대는 원래 충수 주변의 장간막림프절 부종이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나이인데, 림프절부종으로 인해서 충수와 맹장 연결부위 주변부의 압력이 증가하고 그 결과 ‘막힘’현상이 생겨 충수염이 발생하기 쉬운 것이다. 반대로 림프절 부종이 원래 흔하지 않은 10세 이전, 50세 이후의 환자는 발병률이 비교적 낮다. 림프절 부종 이외의 원인으로는 흔히 충수석이라고 부르는 장내부의 이물질에 의한 경우, 대장암에 의한 경우, 또는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미국외과학회지 등 여러 연구논문에 의하면 CT·초음파 상에서는 충수염이 아닌 것으로 진단되었지만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는 충수염으로 최종 확진되는 경우도 10% 였다고 한다. 초기에 충수염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그만큼 난해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연유로 여러 가지 진단기법을 사용해도 확진하긴 애매하지만 충수염 이외에 달리 증상을 설명할 도리가 없을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왜냐하면 눈부시게 발전한 마취기술과 함께 복강경 혹은 단일통로복강경수술이라는 ‘최소 침습 수술’의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수술에 대한 부담이 현저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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