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정시상담
교육청 정시상담
  • 승인 2019.12.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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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수능시험을 치르고 교육청에서 정시상담을 해준다고 하여 접수하였다. 학원설명회에서 배치표를 받아 대충 짐작을 하지만, 수능성적표로 정시 세 군데 지원하는데 좀 더 확실한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가서 자신이 갈 수 있는 학교를 예상하여 원서 접수하는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수능성적표도 보여주지 않았다.

같은 학교 아이들 중 수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 대박이 났다고 한다. s대도 가고, k대도 가고 의대도 간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아들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이룬 아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할까? 자신이 한 노력에 대해 반성을 할까? 발전이라는 것은 과정을 되짚어보고 분석하여 반성하고,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실천할 수 있을 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노력한 과정을 탓해야 된다. 남 탓을 하면 절대 발전이 없다. 자기 탓을 하고 자책하고 자포자기해서도 안 된다. 나은 해결책을 찾고 꾸준히 노력할 때 얻어지는 결과가 발전이다.

어떤 일을 할 때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 있다. 더 즐거운 일은 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시험 기간만 되면 tv도 너무 재미있고, 독서도 너무 재미있다. 느긋하게 잠을 자는 것도 꿀잠이다. 지금 하고 싶은 욕구와 해야 할 과제 사이에서 욕구가 이기면 지는 것이다. 과제에 대한 열망과 욕구가 더 강하고 집중할 때 좋은 결과가 온다. 과제자체에 흥미를 가진다는 것이 축복이다. 그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길까 자꾸 집중하다보면 생길까? 처음에는 흥미가 적더라도 집중하고 시간을 늘릴수록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그렇게 적성에 맞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 열아홉 살,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름답다. 아들은 지금 꿈이 없다. 방황하고 있다. 자기의 꿈이 없는 이유에 대해 말을 했는데 엄마가 "게임을 해서"라고 가로막았다. 늘 엄마가 꿈꾸는 것을 가로막아서일까? 아들은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엄마 탓, 아빠 탓을 한다. 그러면서 정시 상담을 안 가겠다고 이불속에 누워있다. 어제 새벽까지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판을 두들기더니 말이다.

취소하고 가지 않으려다가 어렵게 접수한 게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하고 교육청에 갔다. 여덟 개 정도 칸막이를 하고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온 창구는 밝은 목소리로 여러 개의 학교와 학과를 거론하며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 같았다. 홍희처럼 엄마 혼자 상담하는 창구도 있었다. 아주 잘 쳤거나 아주 잘 못 쳤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 같았다.

홍희 담당 선생님은 수능성적표를 가져왔냐고 물으셨다. 홍희는 미안해하며 아이가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학교 담임 선생님이 알려준 등급을 말하였다. 입시지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표준 점수나 백분위 점수를 알아야 하는데 난감한 표정이었다. 최대한 점수 환산을 해보셨다. 그 점수대로 갈 만한 학교도 알려주셨다. 홍희가 미리 알아본 학교, 학과 점수도 알려주셨다. 컴퓨터에는 학교와 학과마다 최저점이 적혀있었고, 백분위점수, 표준점수, 경쟁률 등이 입력되어 있었다. 저 많은 학교의 학과 중에 우리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성적이 행복 순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금 그 순간만큼은 성적은 행복순인 것 같았다.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학교와 학과가 많을수록 마음이 편하고 얼마나 여유로울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고, 점수에 맞춰서 갈 수 있는 곳을 찾고, 그마저도 합격이 불확실하다면 지금 그 순간은 얼마나 불행할까?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나오니 세상이 냉혹해보였다. 아들은 홍희에게 무한히 가치있는 존재인데 사회에서는 가치가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 같다. 정시상담을 마치고 설문조사를 해달라며 바코드가 인쇄된 종이와 김밥을 주었다. 도서관 공원에서 김밥을 먹는 홍희에게 찬 바람이 불었고 마음은 불구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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