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 승인 2019.12.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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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엄청난 힘을 가진다. 배고픈 늑대, 굶주린 사자. 궁지에 몰린 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막다른 길에 놓인 사람. 모두 무서운 존재들이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잃을 것 없는 사람하고 싸우지 말라’고 하셨다. 그 이유는 그 사람과 싸워봤자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울 것이 없다. 왜냐?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두려움이 많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가졌다는 것은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잃을 것도 많아진다는 말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비겁해지는 이유는 가진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젊은 날 그렇게 배짱 좋고 용기가 많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겁이 많아지고 세상과 타협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충분히 이해됨도 있다. 젊었을 때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비겁해지는 것이리라.

나를 돌아보면 그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예전 청년 때 나는 별로 두려운 것이 없었다. 혼자의 몸으로 무엇을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불의(不義)에도 잘 맞섰던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예전보다 비겁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 번씩 의협심이 올라오지만 이전에 비하면 정말 비겁해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비해 불의한 상황을 보고도 모른 채 하고 싶은 마음도 많고, 때론 보고도 못 보았고, 들어도 못 들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만큼 내가 많은 것을 가졌다는 증거다.

우리 마을 뒷산에 아내랑 운동을 나가면 나는 늘 두렵다. 혹자는 그 말을 듣고 ‘아내가 어찌할까 봐 두려운 것이냐’농을 하기도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짜 혼자 다닐 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멧돼지를 만나면 어떡하나 싶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에 다닐 때는 멧돼지가 나타나도 나무에 오른다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내 한 몸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내와 같이 있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즉, 두 배의 부담이 생긴다. 나도 신경 써야 하고, 아내도 신경 써야 한다. 혹시나 멧돼지가 우리를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아내가 나무에 오르지 못해 멧돼지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두렵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여보, 멧돼지가 우릴 공격하면 최소 나무 1m 정도는 올라가야 된다. 그래야 멧돼지가 공격하기 힘들다. 할 수 있겠나?” 아내는 나의 이런 말에 그저 웃지만 나는 진심 두렵다. 아내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겁이 난다. 그래서 늘 멧돼지가 나오지 않기를 기도한다. 가진 것 없는 혼자 일 때 보다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두려움을 갖게 한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무서울 것이 없다 했다. 나도 무서움 없는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 나는 이렇게 생각을 바꿔본다.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럼 비로소 나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지게 된다. 소유 하지 말자. 그럴수록 잃을 것이 많아져 두려움도 커진다.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성철스님의 두려움 없이 당당했던 이유가 바로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았기에,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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