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별을 보러 산으로 간다
저 별이 나의 것인 냥 해도
나무의 것이요.
산새의 것이요
벌레들의 것이다
그래서 산속에는
사람 사는 마을보다도
별이 훨씬 많은가 보다
나는 가끔
나무가 되려 산으로 간다
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면 흔들린 채로
나무는 바람이 되고
바람은 별이 되듯
어느새 나는 나무가 되어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끔
나무가 되어 별을 이야기 한다
사람만 꾸는 꿈인 냥 해도
말 못하는 나무와
산새와 벌레도
훨씬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고
별은 나무에게 소근거린다
- 합천 오도산 자연휴양림 홀로 여행에서-
◇허행일= 1968년 대구 출생.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낙동강문학 발행인, 영남일보 자유기고가, 한국시민문학협회 사무처장, 대구앞산 고산골 등산로 시화배너 詩선정위원장.
<해설> 소년의 감성과 중년의 현재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숲으로부터 온 편지 같은 느낌입니다. 깊은 산중에 홀로 앉은 중년의 시인은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쳐오며 별과 나무, 산새와 벌레들을 보는 눈도 이미 자연이 되었습니다. 자연과의 일체를 통해 영혼을 위로 받는 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시네요. -강성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