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숲의 소식(消息)
들숲의 소식(消息)
  • 승인 2019.12.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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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과 피륙의 붉은 낙관은

천근같은 한낮의 숨

막붓과 철필로 끄적인

미완의 낙서 몇조각과

무물색채를 선명하게 펼쳐넣은

도료화첩이 있다

그것은 피죽상자에서 꺼낸

필연적 과거로부터 온 것

낮과 밤의 요동은

시실과 날실의 교차로를 너머

운명으로 선회한다

청연한 바람따라

돛을 펴고 나는 종이는

먹물을 삼키고도 새처럼 운다

마른 깃털을 털면서도 벌을 본다

마디에 얹은 노래 한 절이

백척 끝에 아로새긴 글자와 닮아

◇김지안= 1981년 9월 대구 출생. 현 극단 [뉴컴퍼니][처용]에서 희극작가 겸 배우로 활동 중. 매일신문 매일춘추, 영남일보 문화산책 칼럼니스트로 활동. 1998 패랭이백일장 시부문 최우수상. 2008 화성산업 수기공모전 입선. 2002 전국 뮤지컬ㆍ연극대본 장려상. 2002 DIMF 뮤지컬 사랑꽃 대상 작. 2017 김영리 영제시창ㆍ시조창 작. 2018 최치원 혼의소리를 찾아서 작 외 다수

<해설> 종이는 백지 위에서 탄생하는 문학과 예술을 상징합니다. 자연과 세상을 갈망하는 창작의 고충이 엿보이는 동시에 글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싶은 필자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자연이 연상되는 돛은 깃털처럼 날고 싶은 종이의 의지, 즉 창작자의 꿈을 이야기하고 마른 깃털로 표현되는 새와 벌은 값진 것을 가지고도 타인을 부러워하는 현대인들의 심상을 꼬집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닮아있는 현대인들의 생활모습을 필자의 시각으로 표현했습니다. -허행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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