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성탄절
어쨌든, 성탄절
  • 승인 2019.12.2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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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윤삼수 서울본부장
여당이 미는 선거법 개정안 기습상정과 검찰개혁안.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청와대발 감찰 무마.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이 터져 기해년 말미가 어지럽다. 거기에 내년에는 60조원의 빚까지 내 512조원의 예산을 흥청망청 쓰겠다는 재정 남용은 급기야 나랏돈 풀어 최저임금까지 대신 내주겠다고 한다. 내년부터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 확대 도입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겠다”라고 또다시 ‘땜질처방’을 내놓자 중소기업은 걱정이 태산이다. 문재인 케어로 올해 국민건강보험은 4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인상도 코앞이다.

이렇듯 어지러운 일로 가득 찬 이 땅에도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聖誕節)이 찾아왔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되면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고 깊은 산골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라는 뜻 모르고 불렀던 캐럴이 ‘탄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작곡되어 세계 10여 개 국어로 번역된 이 캐럴은 최봉춘 작사, 미국 유학을 다녀와 서울 정신여고 음악 교사로 있던 장수철 박사가 작곡했다.

이 땅에 선교사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지 100년이 훌쩍 넘었다. 1884년 7월 미국 북 장로교 선교부는 언더우드 목사를 초대 한국의 선교사로 임명, 12월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다음 해 1월 일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초대교인인 이수정에게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말로 번역된 마가복음을 가지고, 1885년 4월5일 부활절 아침. 26살 총각이 최초의 복음 선교사로 인천 제물포에 도착했다. 그 후 언더우드는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이곳 조선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는 이 땅에 저희를 심으셨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부임 후 당시 전염병과 갑신정변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늘어나자 1886년 봄, 고종의 허락을 받아 ‘언더우드 학당’을 설립, 고아들을 데려와 키우고 가르쳤다. 학당은 그 후 예수교학당으로, 경신중·고등학교로 발전했다. 올해 132년 된 서울 광화문의 새문안교회는 1887년 언더우드 목사의 집 사랑채에서 첫 예배를 시작했다. 당시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가 있는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였다. 필자가 어릴 적 섬기던 달서구 진천동의 대구월배교회도 1907년에 세워져 112년째 복음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2000년 전 예수는 낮은 이 땅을 찾아와 인류를 구원하고.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웃을 사랑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고 가르쳤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또 “내탓이오.”라고 낮추었다. 그리고 선종 때 각막을 기증, 이식 수술받은 2명이 새 세상을 보게 했다. 마지막까지 사랑을 실천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차동엽 신부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믿음과 소망, 사랑이 있다. 그중에 왜 사랑이 제일인가. 믿음과 소망은 완성된 후에 사라진다. 그러나 사랑은 완성된 후에도 영원히 지속한다. 사랑은 하늘나라의 속성이다.”라고 했다.

예수가 갈릴리호숫가에서 군중들에게 행한 팔복(八福) 설교에서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라고 했다. 이는 영육(靈肉)이 ‘불쌍하구나’라는 공감과 연민일 것이다. 예수는 유대에서도 변두리 갈릴리의 조그만 마을 나사렛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고 예수와 사도들 모두 궁핍했다. 사랑의교회 설립자인 고 옥한흠 목사는 빈곤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한 목회를 원했다.

그러나 옥 목사 퇴임 후 오정현 목사가 부임하면서 사랑의교회는 서울 서초동에 2010년. 2100억원(토지비 포함)을 들여 초대형 예배당을 건축했다. 이때 지하 9000석 예배당 건립을 위해 공공도로의 지하를 점용 허가받아 건축했으나 얼마 전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수백억을 들여 원상 복구해야 할 처지다. 수백억, 수천억의 헌금을 들여 휘황찬란하게 건축한 한국 교회를 향해 예수는 어떻게 설(說)할까. 예배당은 가난한 자도 마음 편히 주님께 기대고 묵상하고 위로받는 그런곳이어야 한다.

어쨌든, 올해도 성탄절을 맞아 예수 탄일(誕日)의 종소리가 “뎅그렁뎅그렁” 예배당 첨탑(尖塔)에서 들려온다. 예수 탄생은 희망과 축복이고 그의 사랑을 본받고 구원의 큰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희망을 품자, 영광은 가장 천하고 비참한 곳에서 일어나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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