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맞은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겨울을 맞은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 승인 2019.12.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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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학원가는 겨울방학이 대목이다. 겨울방학 특강반, 겨울방학 역전반, 다음 학기 대비반도 있고, 심지어 겨울방학 ‘윈터스쿨’을 지칭하는 학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자신이 부족한 공부를 하는 것도 방학을 보내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교육이 긍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할 것이다. 어떤 학습자에게는 사교육의 경험이 도전적인 학습 목표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모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종종 어떤 학부모들은 내게 사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질문하곤 한다. 사실 나는 사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편은 아니다. 학생들은 그 유형이 천차만별이기에, 학생에 따라서는 사교육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어떤 학습에 있어서는 교육과정과 다른 방향과 형태, 깊이의 학습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맞는 모든 교육을 공교육에서 책임질 수가 없다.

그러나 선행학습으로만 이어가는 사교육은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특히 교육과정의 특성상 초등학생의 경우 단순한 선행학습을 심화학습으로 위장하여 가르쳐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중학교, 혹은 놀랍게도 그 이상의 과정을 선행으로 배워나가면서 자신을 더 앞서나간 학생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 내용들을 정말 강조하다보니까 꽤 명석한 아이들도 학교나 교육청의, 어쩌면 입시에 도움이 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앞서서도 ‘학원에 가야 해서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게 되는 거다.

‘미리 공부해 놓으면 제 때에 배울 때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선행학습 중심의 사교육이 내포하는 논리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제 때 배울 때 ‘더 잘 배운다’는 자체가 ‘이번 배움 이상의 심화적인 학습은 그 때 가서 또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황을 내포하지 않는가. 특히나 어린 학습자의 단순 선행은 그 시기가 오면 모두가 도달해야 하는 학습 내용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다. 진짜 학습은 그 때 또 해야 한다는 거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학부모가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학습자의 형태는 다양하기에, 물론 어떤 아이들은 그러한 형태의 사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의 교육과정보다 약간 더 나아가는 사교육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어린 학습자들은 학습에 대한 태도, 의지, 습관 등 정의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어릴 때 학교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나면 학습에 대한 동기를 잃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학습자들에게 선행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몇 학년 뒤의 내용을 하는 것처럼 학습자가 학교에서 그 내용을 배울 때 내용을 잊을 만큼 앞서 배우는 것이 아닌, 학교 교육과정의 약간만 미리 공부하고 오는 정도의 선행을 추천한다. 이들은 교실 수업에서 자신감을 가지면서 학습의 동기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게 사교육을 받더라도 내 아이에게 맞는 스타일로 골라 받을 필요가 있다.

사교육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지난한 이야깃거리다. 정부를 비롯해서 교육학, 소비자학, 경제학에 이르기 각종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와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지만 뚜렷한 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 입시체제를 유지한 채로 완전한 경감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은 향후 입시체제가 어떠한 형태이건 간에 ‘아이에게 더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한’ 학부모의 경쟁적 교육 시장은 열려있을 것 같다는 예상도 해 본다. 이미 시험 방식이 아닌 분야의 대학 입학과 관련해서도 여러 사교육 형태가 생겨난 걸 보면 말이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실시한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지표 분석의 결과 보고서가 최근 보도되었다. 33%가 넘는 아동과 청소년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혹은 자주 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들의 40% 정도가 학교 성적 등 학업 문제 때문이란다. 학업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아이들 현재의 삶은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방학이 시작된 첫 날, 아이들이 뭘 하고 있을지 생각하다보니 이런 하나마나한, 조금 슬픈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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