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에 쓰는 구상나무, 알고보니 우리나라 고유종
트리에 쓰는 구상나무, 알고보니 우리나라 고유종
  • 임종택
  • 승인 2019.12.29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형 가지런한 침엽수
한라산·덕유산 등 자생
온난화에 개체수 급감
1904년 유럽 무단반출 후
현재 개량 품종 역수입
세계는 지금 ‘종자전쟁’
우리나라 농산물 70%
종자로열티 주고 수입 중
구상나무1
크리스마스 트리로 세계Ю막많이 사용되는 구상나무가 우리나라 자생종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상나무의 모습.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17) 우리의 생물자원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연말이면 송년회나 크리스마스에 대한 분위기로 방송이나 언론을 장식한다. 물론 과거처럼 곳곳에서 울러퍼지던 캐롤송은 잘 들을 수 없지만 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나 등장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불빛은 돌아오는 새로운 한해의 모습이기를 모두가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날은 전 세계적인 기념일일진데 정작 크리스마스트리는 무슨 나무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가끔씩 질문해 보면 전나무 주목 소나무 등으로 대답하지만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서는 키가 작은 구상나무를 실내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그때서야 구상나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전나무도 많이 쓰이는 나무다. 구상나무는 원래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종으로 학명도 ‘Abies koreana WILS’로 표기한다.

처음에는 분비나무로 알려졌으나 한 영국출신 미국인(Wilson)의 눈에 의해 새롭게 발견된 나무로 제주도 한라산과 덕유산, 지리산 등에서 자생하는 수형이 매우 가지런하고 아름다운 침엽수다. 현재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한라산이나 덕유산 등에서도 개체수가 급감하여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014년 속리산 정상부근에 수십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유럽이나 구미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리나라 토종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1904년 당시 유럽으로 무단 반출되어 개량된 품종을 우리가 역수입을 하고 있으며, 윌슨에 의해 특허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나무다. 그 많던 나무의 죽음을 지켜보고만 있을 때 유럽과 미국은 지속적인 품종개량과 국제특허권을 획득 유통시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로열티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남의 특허권, 상표권 따위의 공업 소유권이나 저작권 따위를 사용하고 지불하는 값’으로 정의한다.

우리 고유수종을 남의 나라가 역이용하고 필요시 사용료까지 지불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하루백합으로 개량된 토종 원추리, 미스킴라일락으로 명명된 수수꽃다리, 오이피클로 사용되는 백다다기오이, 노각나무 등의 많은 유전자원이 해외로 반출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떠한 주권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노각나무는 생장이 조금 느린 수종이지만 한국산 품종이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이 또한 일제 강점기인 1917년 당시 윌슨에 의해 자국으로 무단 반출해 생장 속도를 향상시킨 개량된 품종을 조경용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으며 우리도 역수입을 하고 있다. 1920년 당시 일본 동경대 교수 나카이, 소련의 식물학자 슈바킨바키 등은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전역에 있는 식물을 무단 유출해갔고, 1984년 이후에도 미국과 영국의 수목원 관계자는 우리의 아무런 법적인 장치가 없는 가운데 국내 곳곳의 자생식물과 희귀식물을 채집해갔다. 2012년 한국생물자원관의 ‘한반도 생물자원의 해외 상업화 현황조사’에서 수많은 무단 유출자원은 국적도 없이 개량되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상업적으로 유통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우리의 고유 생물자원이 어떻게 존재하고 유통이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보고되었다.

지금까지 식물자원은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는 명목하에 국가적 구분 없이 마음대로 이용하고 써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생명자원의 엄청난 효용과 가치에 대해 자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가 종자전쟁 아니 생물유전자원확보 전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목으로부터 항암제인 택솔(taxol)의 추출, 은행잎의 혈행개선제인 징코라이드(ginkgolide), 버드나무의 아스피린(aspirin)등은 인류를 구제하는 대표적인 약성물질로 이미 개발되었다. 모든 것은 자연속에 답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994년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우리의 주목을 활용한 대량의 택솔 생산방법이 개발되었고, 붉나무 열매인 오배자에서 항암물질의 추출, 붓순나무와 계피나무 등에서 당뇨 치료제와 장내 이상발효 억제물질의 개발 등은 식물자원을 이용한 괄목한 만한 성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구글의 생명공학 계열사인 ‘칼리코’라는 회사는 아프리카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쥐의 늙지 않는 비밀을 연구한다고 한다. 일반쥐의 경우보다 10배정도 오래 사는 이 두더쥐는 세포 변형을 막는 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 손상을 막고 암세포 생성을 거의 차단한다고 한다. 이 또한 지구의 생태계속에 존재하는 동물자원이 가지고 있는 희망적인 한 단면일 뿐이다. 생명자원을 보존하는 일은 곧 종자(種子)를 보존함과 상통한다.

우리의 옛말에도 “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는 베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씨앗인 종자를 절대생명으로 여겼다. 지적재산권이 서적이나 음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농산물의 70%는 종자로열티를 주고 외국에서 들여오고 우리가 개발한 청양고추도 몬산토라는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씨앗을 역수입하고 있다. 우리의 종자, 그것이 농업 종자든 수목 종자든 유전자원을 잘 보존하는 일은 미래의 국가 안보와도 직결될 것이다. 왜냐하면 종자확보는 권리의 확보이자 곧 생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식량안보와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지만 각 생물종이 가지고 있는 특정 성분의 적절한 활용과 기능성을 확보하고 필요시 국가간 협약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생물자원을 이용한다면 상호 이익의 배분과 공유를 통한 종자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간 협력 증진, 인류의 공존 공생에도 선순환의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근래 토종종자의 중요성을 깨달은 우리나라는 지역 곳곳마다 ‘씨앗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서점에서 책을 빌려주듯 재래씨앗이나 품종을 씨앗도서관을 이용, 서로 빌리기도 하고 재배후 수확을 해서 씨앗을 다시 도서관에 반납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며 우리의 토종씨앗 발굴 및 보존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공생적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는 생명조직이다. 이는 식량종자가 외세의 공세적 점령에 대한 방어적 차원으로 민간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운동임에 틀림없다.

물론 국가대 국가간의 협약인 나고야의정서(ABS), 생물다양성협약(CBD-우리나라는 1994년 가입),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2002년 50번째로 가입) 등의 국제기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의 자원활용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당시 한국과 독일의 육종농가와 생산자간에 붙은 장미전쟁으로 국내최대 종자회사인 서울종묘와 중앙종묘가 GMO농산물로 대표되는 몬산토라는 거대 다국적 화학기업에 흡수되었고, 흥농종묘도 스위스의 신젠타(2016년 중국화공그룹에 흡수됨)에 넘어갔고, 청원종묘는 일본기업에 흡수되는 등 대규모 종자기업이 한꺼번에 세계 거대 종자회사에 넘어가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그나마 자체 육종시설과 연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 농우바이오(농협에 인수)와 동부한농(LG화학에 인수)만 현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자산업법에서 규정하는 품종보호권과 산림용 종자의 품종 전반에 대한 연구·관리 등을 담당하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국공립수목원, 국립생태원, 국립종자원 등의 많은 기관이 우리의 생물유전자원 보존과 국부가 유출되는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씨드볼트’는 미래의 극한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진 종자 저장고다. 이곳에는 야생식물종자 250만여 점을 보관할 수 있는데 스웨덴의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는 종자의 중요성을 절실히 자각한 국가적 결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생물자원을 무기화하는 냉엄한 국제적 현실을 자각하고 이익을 앞세운 국가간 이해관계의 양날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깝게는 내가 사는 지역의 식생과 고유수종, 보호종,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을 잘 알고 소중한 생명유전자원을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사색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숲조경관리전문가되기-저자2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 한의대 환경조경학과 박사 과정)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