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돛과 닻 이야기
12월, 돛과 닻 이야기
  • 채영택
  • 승인 2019.12.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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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배은희-대구대산초등학교교장
배은희
대구대산초등학교 교장




저녁 하늘에 푸르스름한 어둠이 번져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더욱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결실을 거둬들이는 이맘때쯤이면 변명거리와 위안거리를 찾느라 더욱더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이러한 때는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질문의 답을 찾기보다는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동안의 마음 상태는 어떠하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이며 혹여 분주함으로 놓쳐버렸거나 불안함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시간들일지라도 다 털어내고 괜찮다며 다독여 줄 때입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분주함과 번뇌로 늘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돛만 달지 말고 닻을 봐야 한다며 조언합니다. 돛이 바람에 흔들려 뻗어가더라도 이곳이다 싶을 때는 닻을 내리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다들 눈에 보이는 돛을 더 높이 올릴 생각에만 치우쳐 마음속 닻은 생각지도 못하기에 방향을 잃고 떠밀려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소용돌이치는 변화의 깊은 아래쪽에 굳건한 닻 하나를 든든히 달고 있다면 아무리 상황이 빠르게 흘러가더라도 잠시 흔들릴 뿐 멀리 떠내려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일찍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와 변호사를 지낸 후 목사가 되었던 외동딸이 위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어려운 이웃과 청소년들을 위해 죽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던 딸의 고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린 아버지였으며 끝내 그 자식을 먼저 보내야만 했던 참척의 아픔을 겪었던 슬픈 아버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게 선물이었다. 집도 자녀도 책도 지성도…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었다.”고백하며 감사라는 든든한 닻을 내리고 남은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삶을 돌아보면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먼저 도착하지 못하며 힘이 세다고 꼭 이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혜와 명철이 있다 하여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이 많아도 존경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는 사람마다 주어지는 기회의 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불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받아 품을 넓은 돛을 높이 올리되 마음속 닻을 옹골차게 붙들어 맬 줄도 알아야 세상의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닻을 조절하여 남은 시간도 잘 마무리하고 또 다음 한 해를 위해 높이 올릴 돛도 다시금 잘 손질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 나를 나답게 세워갈 마음속 닻은 잘 붙들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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