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체육회장 시대 뿌리 잘 내리도록 법적 뒷받침 해야
민간 체육회장 시대 뿌리 잘 내리도록 법적 뒷받침 해야
  • 승인 2020.01.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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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이번 달 16일 출범하는 민간 체육회장 시대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의 취지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가 만든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법(국민체육진흥법 43조 2항 신설)이 16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전국 17개 광역 시·도 체육회와 228개 시·군·구 체육회는 15일까지는 민간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대구시체육회장 선거는 지난 5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박영기 전 상임부회장이 단독 등록해 당선이 확정됐다. 경북도체육회장은 3명의 후보가 등록해 오는 13일 선거인단 현장투표로 선출한다. 대구시 8개 구·군 체육회와 경북도 23개 시·군 체육회도 민간 회장 선출 절차를 밟고 있다.

지방 체육회는 2016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돼 단일 체육회로 출범한 뒤 3년여 만에 다시 민간 회장시대라는 변화를 맞게 됐다. 그동안 체육회 수장은 선출직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맡아 왔다. 통합 체육회 출범 후 엘리트(전문) 및 생활체육 육성과 예산의 효율적 집행 등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자체장의 회장 겸직으로 비대해진 체육회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해 왔다. 이런 비판 여론으로 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를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통과돼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지방 체육회는 그동안 전적으로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돼 왔다. 대한체육회가 집계한 2017년 17개 시도체육회 예산(5천 172억 원)과 228개 시군구 체육회 예산(4천896억 원)은 1조원에 이른다. 지방체육회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실업팀은 모두 787개로 국내 전체 실업팀(977개)의 80%에 달한다. 대부분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이 대부분이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을 유지하는 재정은 지방정부가 책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 제정 이래 지자체 단체장은 그동안 당연직 체육회장을 맡아 한국 엘리트 체육을 이끌어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간 회장 시대 출범을 앞둔 지방 체육회에서 가장 큰 걱정은 안정적인 예산 확보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지역체육발전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함에도 결국 정치 성향이 예산 확보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게 지방 체육계가 바라보는 시선이다. 새로 선출되는 민간 회장과 예산을 쥐고 있는 해당 지역 단체장의 갈등으로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엘리트 체육의 근간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는 자체 수익 사업을 벌여 살림살이가 낫지만 시도뿐만 아니라 산하 체육회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지자체장이 추천한 인물이 회장에 선출될 경우에는 현직 단체장에게 낙하산 자리를 더 주는 꼴이 돼 법 개정 의미가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당장 올해부터 지방 체육회의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체육인들이 정치권과 대한체육회에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지방체육의 재정과 시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령속에 지방체육 분야를 신설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방 체육회에선 지난해 체육회의 안정적 지위와 재원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문을 대한체육회에 전달했다. 지방 체육계에선 정부와 국회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지방체육회에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의무화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과 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거 이후도 걱정이다. 선거가 과열되면 체육계는 물론 지역사회 갈등이 야기돼 새로 선출되는 민간 회장 임기 내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칫 미흡한 행정력으로 진행된 회장 선거 이후 분쟁과 갈등,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이를 방지하고자 지방체육회에선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위탁을 요청했지만 4월 총선 때문에 이마저도 대부분 무산됐다. 체육계에선 종목별 회장 선거조차도 내부 다툼으로 법적 분쟁까지 발생하는 상황인데 민간 회장 선거 후폭풍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우려와 문제점을 안고 출범하는 민간 체육회장 시대가 당초 목적대로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의 취지를 잘 살려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지방체육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실질적인 법적제도로 뒷받침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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