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세례를 받은 큰 딸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휴식 시간도 없이 믿음 생활을 한다.
견진성사 공부 끝내고
끝내는 성가대원 이다
미사를 드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에 오는 길
‘진우야 성가대 정말 잘 하더라’
‘응 잘 하는 것 같아’
귀가 번쩍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사십대 아빠와 어린 남자아이의 대화였다
“아빠 집에 빨리 가서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어야지 진짜 맛있어”
“그러니, 그럼 아빠는
밥에다 라면 국물 말아 먹어야지”
손을 맞잡고 즐겁게 깔깔대며 걸어간다.
발길을 천천히 하여
슬그머니 그들 뒤를 바짝 아간다
찬 겨울바람이
봄바람인 냥 얼굴을 스친다.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인간에게 자식이란 무엇일까? 내 생각을 말하라면 그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존재, 하지만 또 한 편에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신과 같은 존재가 자식이기도 하다. 그로인해 웃고 웃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삶이 힘겹다는 것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