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변명으로 드러난 진보의 민낯
조국 변명으로 드러난 진보의 민낯
  • 승인 2020.01.07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뿌리>의 작가로 유명한 알렉스 헤일리가 쓴 자서전 <말콤 엑스> 를 보면 왜 그는 당시 미국 내에서 크게 일어났던 흑인 인권 운동이 인종간 화합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흑인만의 국가를 세우는 흑인 분리주의를 주장하였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으로 보면 검정색은 어둡고, 무거움, 두려움, 암흑, 공포, 죽음 등 비호의적 내용인 반면 희색은 숭고, 순결, 순수함, 깨끗함 등 호의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흰색은 천사, 검정색은 악마로 편견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관계로 근본적으로 백인과 흑인이 함께 가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도 비슷한 편견이 있다. 바로 보수와 진보에 대한 몰이해가 아닐까 한다. 보수는 자유를 추구하면서 전통을 계승하고 검증된 사실에 더 무게를 두는 정치성향인 반면 진보는 평등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흐름에 무게를 두는 정치성향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기득권 세력, 꼰데, 꼴통보수, 고인물 등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진보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정의와 혁신을 부르짖는 흐르는 물로 비유된다. 사실 보수도 고인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며 다만 물의 흐름이 빠른냐 느린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보수는 하나의 주홍글씨로 자리 잡고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그동안 잘난체 하던 소위 진보 인사들의 민낯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사실 조국사태는 조국이라는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일탈로 간주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조국이라는 입술이 무너지면 문정권이라는 치아가 시려진다는 확대 해석과 진보라고 자처하던 인사들의 눈물겨운 조국일병 구하기 우해 전개한 논리적 허구성과 모순성이 드러나면서 이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진보진영의 대표 논객인 진중권의 솔직함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그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한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서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타겟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9월 24일 류시민은 ‘알릴레오’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것을 두고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일종의 피해망상인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증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대중에게 믿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스탈린과 히틀러를 예로 들어 ‘알릴레오’가 전체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아들의 대리시험과 관련해 유시민이 “대리시험이 아니라 오픈북 시험”이라며 검찰 기소를 비판한 것을 두고 진중권은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을 ‘오픈북 시험’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켰다”며 “저도 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하는데 부모가 와서 보지 않는다. 그걸 허용하면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몫을 잘난 부모를 가진 학생들이 가로채게 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온라인 시험을 부모한테 물어 답한다고 해서 부정행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지보학자였던 전남대 명예교수의 글도 있다. 그분은 학교시험에 대해 “출석시험은 가르친 걸 제대로 이해했는가를 시험 보는 거라면 응용능력이나 창의능력은 거의 안보고 암기능력 위주이며, 오픈북 시험은 암기보다는 공부한 내용을 재대로 이해하고 활용해서 자기의 논지를 논리적으로 잘 전개하는가를 시험보는 건데 자기가 듣도 보도 못했던 전혀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답을 구하는 능력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오픈북 시험은 “여기저기 책을 구해 읽어보거나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답을 구하는 능력이다. 박사학위도 일종의 그런 능력이고 언론사 기자들의 보고서도 일종의 온라인시험이다. 조국 아들은 요행히 자기 가까이에 유능한 사람을 두어 쉽게 온라인 시험에 활용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회적 지위 상승의 사다리가 함몰됐다고 주장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오게 한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정유라판 버전 2가 될 것이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닫힌 사회’인 종족주의를 비판하고 ‘열린 사회’를 개인주의 사회이자 점진주의적 사회라고 규정하였다. 또한 폭력적인 혁명은 자유를 파괴할 뿐이며, ‘열린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한 점진적 개선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를 떠나 류시민 같이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자기합리화는 ‘닫힌 사회’인 종족주의자가 될 수 있지만, 진중권 같이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