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집
언제나 아침이며
새소리 벌레소리 허기 컹컹 울타리 넘어오면
설움 같은 배고픔 몰래 빠져나가고 난,
나흘 건너뛴 소리들을 무두질했다
이른 새벽이며
할머니 잠 깨우는 소리
늦잠 자는 가로등만치나 홀로 나뒹굴었다
바람도 없는데 깜박깜박 정신 줄 놓은 잠 앞에서
전날의 고단 물컹물컹 아렸다
소 몰고 뒷골산 오르면
밭이랑 따라 아침 체조하듯
두 손 벌리고 있는 옥수수 눈치껏 보며
배고픔 실실 밀려오기도 했던
가난의 유년 낮 동안 이고 온 햇살 터는
옥수수 잎사귀처럼 해맑았다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시골 삶이 거의 대부분 그러하듯이 배고픔의 시절이 즐비하게 의식세계에 남아있다. 살아가면서 그게 약인지 독소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그리운 추억은 아니다. 눈곱 털어내며 소 몰고 산에 오르면 무엇이든지 다 밥으로 볼일 때가 있었다. 시퍼런 강냉이도 줄기만 보송보송 난 감자도 찔레순도 삐비도 모두 일용으로 보였다. 보릿고개가 그처럼 천정으로 높았던 때도 있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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