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발에 끼워지던 덧신
발가락 자리 내 발을 포개 놓으니
가늘고 구불거리는 길이
새벽 도마질에 톡톡톡 잘린다
갈라져 꺼칠꺼칠한 발, 그 발
감싸던 꽃무늬 덧신
먼 길 떠나실 때 몰래, 내 방 장롱에 드셨나
서리 내린 날에 서랍장을 밀고 나오더니
발등이, 발바닥이, 발가락이
닿았던 곳 꼼지락거리는 온기
늙어 꿈지럭거리기 힘들면
너거 집에 가서 살겠다던 어머니
장롱 제일 아랫단 서랍장에
정말로 와 계신 것이다
그리움이 발 덮던 치맛단
찔끔찔끔 나팔꽃 옮겨 딛는 걸음에도
발톱은 자줏빛으로 걸어 나왔다
잠시 펴지도 못한 굽은 등의 시간
그 꽃무늬를 내가 신었으니
아리다, 당신의 덧신
눈물이 발톱을 눌러온다
◇이복희= 문학시대 신인상,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구상예술제 금상, 시공간 회원, 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선주문학상 수상, 구미사우회 회원.
<해설> 어머니라 하면 작은 촛불이 생각이 난다. 어둠 저편에서 자식들 길 잃을까 불 밝히며 가족 위해 스스로를 심지 삼았던 희생의 꽃. 품안의 자식들 다 떠난 자리에서 행여나 찾아올 웃음을 지키려고 그 터 지키며 하염없이 녹아내렸을 어머니의 눈물어린 고백이리라 “너거 집서 살란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