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승인 2020.01.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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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있다. 사회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이미지는 미혼의 여배우와의 불륜 문제로 좋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mania)가 많다. 본인도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영화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생각해볼 여운이 남는 영화다.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가?’에 대한 물음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로 기억된다. 잠시 소개해보자면 영화는 두 남녀 배우의 사랑? 혹은 불륜? 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은 결혼을 한 유부남의 영화감독(홍상수 감독의 자신을 묘사한 듯)이며 여자 주인공은 미혼인 예술가 지망생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두 번 보여주듯이 같은 장면이 두 번 반복된다. 두 남녀의 만남을 전개하면서 다른 시선 속에 두 번 던져진다. 반복되는 상황 중 첫 번째 상황에서는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여자가 실망을 하고 멀어지는 장면이 연출되고, 다시 전개된 다른 한 번의 상황에서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가까워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면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녀가 도로변에서 악수를 하며 알 수 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女)“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려요.” (男)“그때가 틀리고 지금이 맞는 건가요? 정말요?” (女)“그럼요” (男)“정말 지금이 맞는 거죠?” (女)“네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려요.”

과연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을까? 화두를 던져 준 영화였다. 이후 우리 현실 세계에 빚대어 생각해보니 지금은 맞고 그때가 틀린 것들이 참 많았다.

먼저 인테리어를 예를 들 수 있겠다. 요즘 인테리어는 자연스러움이 대세다. 카페 등 현대식 건물의 천장에는 파이프 관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 관들은 위층에서 사용하는 화장실, 싱크대 등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이동시키는 관이다. 예전에는 그런 관이 보인다거나, 전기선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합판 등의 마감재로 막았다. 그런데 요즘은 공사를 하다가 만 것처럼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인테리어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감각 있는 건물 카페는 외벽도 마치 벽돌이 부서진 것처럼, 시멘트의 모습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흔하다. 지금은 그런 것을 감각 있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했다면 건물주한테 공사업자가 뺨을 맞을 일이었다. 마무리 덜 한 듯, 그냥 자연스럽게 두는 인테리어 방식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례를 얘기해보자. 예전에 집안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을 상상했을까? 아마 몇 십 년 전만 해도 집안에 개를 키우는 사람을 보면 정신이 이상하거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별난 사람이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방 안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반려동물을 위한 산업도 엄청 발전했다. 사람이 먹는 음식보다 더 비싼 음식을 먹고, 사람이 입는 옷보다 더 비싼 옷을 입는 반려동물이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병원, 보험, 호텔 등도 성행을 하고 있다. 이 경우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유부녀와 총각의 결혼 이야기도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낯설지 않다. 이혼과 두 번의 결혼식, 주례 없는 결혼식 역시 이제는 낯설지 않다. 모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사례다.

과연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을까? 지금 우리가 틀렸다면서 손가락질하며 정죄할 사람과 그들의 행동과 생각들도, 시간이 지나고 다른 상황 속에서는 전혀 비난받을 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무 비난하거나 또한 너무 자기 죄의식에 빠져 괴로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심판은 신(神)이 알아서 하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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