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아웃 ‘두교황’ 음악이 허락한 모든 것
백정우의 줌인아웃 ‘두교황’ 음악이 허락한 모든 것
  • 백정우
  • 승인 2020.01.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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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로마.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장면이다. 투표장으로 입장하는 추기경을 부감으로 잡은 카메라와 시스티나 입당송에 뒤를 잇는 아바의 ‘댄싱 퀸.’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그레고리안 성가와 대중가요의 바통 터치를 통해 진보 성향의 베르고글리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어 전통과 보수의 수호자 베네딕토 16세와 자리바꿈하게 될 8년 후 상황을 압축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교황’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등공신, 음악이다.

2012년 교황의 여름 별장을 찾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교회의 두 거목이 일촉즉발 교리논쟁으로 보내는 낮 시간에는 음악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밤이 되어 안락한 응접실에 마주한 두 사람은 거리를 좁힌다. 완고했던 교황이 나는 늘 혼자였다며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일 때, 바티칸을 보수주의로 회귀시키고 금융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86세의 노구가 “같이 있으니 좋다”고 속내를 보일 때, 두 사람을 붙여놓는 건 절묘하게 배치된 음악이다. 교황은 스메타나 소품과 카바레 곡을 연주하며 자신의 첫 앨범이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사실을 자랑하고, 서로는 흉금을 터놓는다. 그러나 진짜는 이제부터다.

교황과 추기경을 태운 헬기가 로마에 착륙할 때 흐르는 ‘Bella Ciao.’ 인터내셔널 가와 쌍벽을 이루는 파르티잔 민중가요 Bella Ciao는, 교황의 사임과 추기경이 신임 교황일 될 혁명적 내일에 대한 징표로 쓰인다.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선 추기경을 반기는 곡은 무려! ‘Antiphone Blues’이다. 오디오 파일용 전문 레이블 Proprius의 대표 타이틀로, 오르간과 색소폰의 이질적 만남이 조화로운 선율을 펼쳐낸다는 점에서 교황과 추기경의 두 번째 만남을 예비하기에 최적이다(박찬욱의 두 번째 영화 ‘3인조’에서 상반된 성격의 이경영과 김민종이 범죄 직후 산에 올랐을 때도 서울야경 위로 울려 퍼졌다). 이후 45분 동안은 음악 없는 적막이다. 과거사를 속죄하며 회한을 털어내는 고해의 시간이자 교회에 새 역사가 쓰이는 순간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추기경에게 교황은 비틀스의 ‘Abbey Road’ CD를 건넨다. 두 사람은 탱고도 함께 추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는 두 교황을 비추는 엔딩 크레딧.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후 베네딕토 16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두 교황’. ‘장벽이 아닌 다리를’ 만들라는 베르고글리오의 호소를 감독은 음악으로 화답한다. 정 반대 성향의 두 교황을 대조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성가와 대중가요를 잇고,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한데 묶더니 오르간과 색소폰을 버무려 빼어난 미장센을 완성한 것이다. 두 교황의 성향을 극명히 드러내면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음악이 아니었더라면, 장엄한 콘클라베를 경쾌한 발걸음으로 바꾼 아바의 노래가 없었더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완고한 교리논쟁과 바티칸 풍경 말고 이 영화에 무엇이 남았을까. 남과 북, 보수와 진보로 갈린 오늘날 한국사회에 ‘두 교황’이 주는 울림이 묵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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