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배드 패런츠 존’ 등장…‘노 키즈 존’ 대안 될까, “자녀 관리 못하는 부모는 못 들어옵니다”
‘노 배드 패런츠 존’ 등장…‘노 키즈 존’ 대안 될까, “자녀 관리 못하는 부모는 못 들어옵니다”
  • 정은빈
  • 승인 2020.01.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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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제주 등 곳곳으로 확산
“아이는 당연히 아무것도 몰라
배려 가르치는 건 어른들 몫”
“배제 대상 특정하는 건 위험”
노배드패런츠존
대구 남구 한 음식점 앞 ‘노 배드 패런츠 존(No bad parents zone·나쁜부모 출입금지)’ 알림판. SNS 캡쳐.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아닌 ‘노 배드 패런츠 존(No bad parents zone)’을 내건 영업장이 등장했다. 매장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나쁜 부모’ 출입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대구 남구 한 음식점은 지난 2년여간 가게 앞에 노 배드 패런츠 존 알림판을 세우고 운영됐다. 점주 이모씨가 가게를 노 키즈 존으로 운영하다 자녀와 식사하게 해 달라는 가족 단위 손님의 요청이 잇따르자 고심한 결과다.

이씨는 “일부가 식기를 함부로 다루거나 테라스에 아이 소변을 보게 하기도 했다”면서 “아이들은 당연히 아무것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것은 어른의 몫”이라고 했다.

노 배드 패런츠 존은 제주지역에도 퍼지고 있다. 제주 구좌읍 한 카페 입구 옆에는 ‘노 배드 패런츠 존’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제주 서귀포 성산읍 한 카페 카운터에서도 ‘다른 고객에게 피해 안 끼칠 자신 없는 어린이는 출입을 삼가시기 바랍니다’는 안내문을 볼 수 있다.

‘부모님 주의존’을 내건 곳도 있다. 경남 양산 한 카페는 출입문에 ‘여기는 노 키즈 존이 아닌 부모님 주의존입니다’는 문구와 함께 큰 동영상 소리, 장난, 뛰기, 유모차로 매장 내 배회 등 행위 시 직원이 제지하거나 퇴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원 속초 한 카페의 경우 ‘아이에게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곳’이라는 뜻으로 ‘부모 보호존’을 도입했다.

이들 사례는 노 키즈 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동 출입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아니면서 아이가 질서 없는 행동으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점에서 노 키즈 존과 구별된다.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취지도 있다.

소비자들은 노 배드 패런츠 존 확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 키즈 존이 아동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초점을 부모에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응이다. 4살 아들을 둔 공모(30·동구 봉무동)씨는 “노 키즈 존이라는 말이 불편했는데 노 배드 패런츠 존에는 찬성한다. 잘못은 아이가 아니라 이를 제어하지 않는 부모에게 있다”면서 “배드 패런츠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반면 배제의 대상을 특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키즈’나 ‘패런츠’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란을 야기하는 고객 누구에게나 퇴장을 요청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미다. 노 배드 패런츠 존 도입은 반기지만 성차별적 어감을 주는 ‘맘충’처럼 ‘나쁜 부모’ 대상을 엄마에게 국한해 표현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9살 딸 엄마 박모(31·달서구 송현동)씨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두를 ‘배드 패런츠’로 묶어 지칭하는 건 불쾌하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산만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허용하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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