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현실과 이상의 괴리
‘외상센터’ 현실과 이상의 괴리
  • 승인 2020.01.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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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얼마 전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이 교수와 아주대가 겪은 갈등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서로간의 시시비비를 떠나 외상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터인데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니 같은 의료계 종사자로써 안타까울 뿐이다.

개원의가 보기에도 아주대 외상센터의 근무환경은 녹록치 않다. 이국종교수를 비롯한 의료진 들에게 주 52시간 근무는 언감생심이며 언제 응급환자가 발생할지 몰라 24시간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가족과 떨어져 병원에서 지내야 한다. 또한 매번 생사의 갈림길에 선 중증환자를 봐야 하기에 극도의 중압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납득이 갈만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외상센터는 이들의 헌신과 사명감 없이는 운영이 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아주대 의료원장과 이국종 교수간의 불협화음도 외상센터 인력 및 병상지원문제로 인해 촉발된 것 같기도 하다. 외상센터에 닥터헬기까지 운영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자본이 충당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갈등이 빚어진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외상센터 운영 자체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외부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외상센터 자체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만 있다면 그 수익으로 의료 인력을 충분히 채용하고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 건강보험하에서는 응급실이나 신생아실, 중환자실 및 외상센터등은 적자 투성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병원에서도 상급병원유지에 필요한 최소 기준만 충족시키며 유지하고 있다.

재정 문제는 정부에서도 인지하여 작년 기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에 약 532억원을 국고로 지원하였다. 과거 일반외과, 흉부외과등 필수과이나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과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 수련보조수당을 지원한 적이 있었으나 결국 효과가 미미하여 중단한 사례가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한시적인 지원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부는 외상센터 인력부족의 원인으로 의사의 절대수 부족을 거론하며 의대 증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병원은 고질적인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의 해결책으로 간호대정원을 대폭 확충하였으나 구인난은 현재도 여전하다. 배출되는 간호사수는 증가해도 근무여건이 열악한 병원 취직은 여전히 기피하기 때문이다.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의사수를 아무리 늘려봐야 개원의수만 늘어날 뿐 외상센터는 계속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다.

외상센터 병실 부족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에서 보장성 강화라는 미명하 문재인케어라는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하면서 선택진료비를 없애는 등 3차종합병원의 문턱을 대폭 낮추었다. 중소병원과 3차병원의 진료비 차이가 적어지니 경증환자의 대학병원 쏠림이 가속화되었다. 오는 환자를 거절할 수가 없다 보니 3차병원에서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병실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외상센터 문제는 아주대 의료원장이 사임하고 국고에서 지원해준다고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국고 지원금 없이 외상 환자진료 수익만으로 외상센터 운영이 가능하도록 의료수가를 근본적으로 재산정해야 하며 중증환자 병실확보를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하여 문재인케어를 대폭 수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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