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과로 둔갑한 공천
황금사과로 둔갑한 공천
  • 승인 2020.01.21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노광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박노광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의 근본 원인은 황금사과이다. 바다의 요정 테티스와 테살리아 프티아의 펠레우스 국왕의 결혼식이 열렸는데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식탁 밑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황금사과를 놓고 갔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황금사과이므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미인콘테스트를 하거나 제우스가 직접 선발하면 될 것을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로부터 욕먹기 싫은 제우스는 무책임하게도 목동인 파리스에게 그 선택권을 줘버렸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는 파리스에게 황금사과의 대가로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눈부신 갑옷을 입고 나타난 아테나는 지혜를 그리고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금실 같은 타래머리를 하고 등장한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아내와 짝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목동인 파리스는 부와 명예 그리고 지혜보다는 아름다운 미인을 선택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나는 이미 그리스 왕인 메델라오스와 결혼한 상태이므로 결국 유부녀인 헬레나를 유혹하여 도망간 것이 화근이 되어 트로이 전쟁이 발발했다.

선거도 하나의 축제요 콘서트이다. 선거를 통해 다양한 아젠다가 개발되고 정치신인들의 등장과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퇴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종의 정치 장터인 셈이다. 현실에서 선거는 갈등과 불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이 정의로 받아드리려는 경향이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세력 즉 표가 중요하다. 좌든 우든 분열되면 선거에서 필패한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으므로 선거 때만 되면 통합을 외치면서도 대의명분으로 혁신을 내세운다.

중도보수 대통합론이 등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그리고 두 정당을 포함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 및 시민단체들이 모여 지난 9일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박형준 동아대 교수(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위원장으로 했다. 통추위는 시대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의 대통합, 세대를 넘어 청년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통합, 더 이상 탄핵문제가 총선 승리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되며, 대통합의 정신을 담은 새로운 정당 창당 등 8개항에 합의했다.

또한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 진정성 있게 확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은 내려놓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하태경은 통합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서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혁신과 통합"이라며 단순히 문재인을 반대하는 반문연대나 묻지마 통합이 아니라 "보수적 혁신의 가치와 원칙을 중심으로 중도혁신세력이 통합하는 혁신적인 중도통합"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혁신의 본질이 무엇이며, 혁신의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다. 보수의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띄면서 시대정신의 이름으로 변화하는데 보수정당은 그 흐름을 읽지 못했고. 혁신의 주체는 사람l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정치인은 퇴출시키고 기준에 맞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정석인데 그 기준도 모호하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TK 정치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마치 덕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초선이든 다선이든 그 역할을 못한 정치인과 보수의 가치를 저버린 정치인들을 퇴출시키면 되는 것이고, 이것은 지역성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혁신 전략의 성공은 단순히 정당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창의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며, 이들은 엄격하고 선별적인 채용이나 틀에 맞춘 인재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물론 내부적 관성으로 혁신이 저항에 부딪히게 되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황금사과를 얻기 위한 신들의 탐욕과 부인과 딸들로부터 비난 받는 것을 회피하려는 제우스의 무책임이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었기 때문에 불화의 신 에리스를 관리하지 않고 무시한 신들과 책임을 회피한 제우스가 비판받아야 한다. 공천이라는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너져 가는 국가의 기본 틀을 바로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고 그러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맞지 흘러간 인물들이 중도보수, 혁신, 통합을 외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수는 보수답게 진보는 진보다울 때 점진적인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