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시론
원초적 시론
  • 승인 2020.01.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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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덩이

천년도 누워있을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하느님이 만드신 첫째 날 빛마저도

격리할 수 없는 견고함

밤과 낮의 나뉨이 전무하고

터와 터의 경계도 짓지 않고

다시 천년이 평화로울 수 있는

공존의 지대

짓누르는 중력이 버거워도

몸뚱이 하나 누일 수 있다면

번뇌도 없고 고뇌도 있을 리 없는

해탈한 석가들

욕망이라곤 그저

존재하기 위한 소박한 밥상과

종족 보존과 진화를 위한

사소한 성욕에 더불어

꼼지락거릴 수 있는 자유뿐

누가 간섭하지 않았음

또 다시 천년도 평화로울

치고, 박고, 소멸도 없는

태초부터 신이 부여한 자리

돌덩이를 들춰보면

지렁이 쥐며느리 돈벌레가 함께

시를 쓰고 있다.

◇김연창= 1964년 경북 상주 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자연이 쓰는 시는 순수하다. 그 내면의 내포가 무한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 돌덩이가 쓴 시는 실상무루의 경지에다 모든 군더더기를 초탈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자연은 어디까지나 순백의 바로미터 그 자체인데, 그기에 인간들의 욕망이 개입하는 순간에 온갖 설명과 사족과 군더더기가 기어 나와 제 그리마와 지렁이 등을 죽이는 정체불명의 어긋버긋한 시들이 판침을 화자는 통렬하게 질책하는 한편 원초적 시론이야말로 우리가 써야할 당면 과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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