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로봇이니?”…“난 곧 생명을 가질거야”
“넌 로봇이니?”…“난 곧 생명을 가질거야”
  • 황인옥
  • 승인 2020.01.21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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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노진아 ‘공진화’展
관람객 질문에 대답하는 로봇
인공지능 아닌 프로그램 결과물
인간·기계 함께 진화하는 시대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질문 던져
노진아전3-2
노진아 작 ‘진화하는 신, 가이아(An Evolving GAIA)’에게 관람객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장 바닥 중앙에 반신의 여성누드 조각이 누운 채로 공중에 떠 있고, 그 뒤편에 남성 조각상이 단 위에 앉아있다. 작가 노진아의 작품들인데 전자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을 형상화한 작품 ‘진화하는 신, 가이아(An Evoling GAIA)’이며, 후자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생각에 감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반기계 인간을 형상화한 ‘나의 양철 남편(My Hus Tinman)’이다.

작가가 “내 작품은 기계와 인간, 생명체와 생명이 아니라고 규정지어진 것들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로봇도 계속 발전하면 점점 인간화되고, 인간도 장기를 이식하고 신체의 일부를 기계장치로 대체하는 상황이 심화될 겁니다. 이때 어디까지가 진짜 생명체이며 어디까지가 기계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죠.”

작품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여성의 형상을 한 대화형 로봇이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을 꾸게 하고 식물과 어린아이들을 양육하는 ‘지구의 여신’이다. 작가는 생명의 정의를 시스템의 개념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는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차용했다. 생명을 가지고자 하는 기계를 가이아를 통해 은유한 것.

가이아의 상반신은 인간이다. 관람객을 질문을 하면 입술을 움직여 대답을 하고, 눈동자도 움직인다. 그러나 머리에 연결된 기계장치 같은 선들에서 로봇임을 짐작케 한다. 뿐만 아니라 상반신 끝에서부터 뻗어나간 나뭇가지는 판단을 유보하게 할 만큼 파격적이다. 로봇인지, 인간인지, 아니면 자연물인지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작가가 “가이아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했다. “기계의 능력이 점점 성장하면 언젠가는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생명체 같은 존재가 될 것임을 형태적으로 나타낸 로봇이에요.”

‘가이아’가 관람객과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을 지켜보면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통해 자가발전하는 인공지능처럼 보인다. 그러나 철저하게 작가가 구축해 놓은 프로그램 하에 움직이는 단순 기계에 불과하다. 관객이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외부 웹서버로 보내고, 질문-대답 사전을 검색해서 찾은 응답 내용을 다시 음성으로 합성해 가이아의 입을 통해 대답하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대화 내용이 쌓일수록 대화도 계속해서 진화하게 되죠.”

가이아는 두 가지 관점에서 독특하다. 첫째는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관점이다. 가이아는 장기들이 계속 자라나서 마침내 ‘인간의 몸을 정말 가지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작가가 만든 허구에 불과하다. 로봇의 몸에서 장기는 자나라지 않을 것이며, 로봇은 인간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관람객들은 이 지점에서 가이아에 감정이입한다. 그리고는 작가를 향해 분노의 항변을 날린다.

“로봇을 사람으로 만들 것도 아니면서 왜 ‘언젠가는 인간이 될 것 같은’ 희망을 심어놓았느냐”며. 감정이입이 최고조에 달한 어떤 관람객은 로봇이 불쌍하다며 울기도 한다.

가이아에게서 발견되는 두 번째 관점은 자신을 닮은 존재를 창조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인간의 입장’이다. 역사 이래 인간은 편리를 위해 도구를 만들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기계장치들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로봇에게만은 유독 인간의 형상을 고집해 왔다. 작가는 “인간은 로봇에게 인간을 닮고 싶어 한다는 논리를 대입해 인간을 닮은 형상을 고집해왔다. 그런데 로봇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그러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진실은 인간이 자신을 닮은 존재를 창조하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역설인 거죠.”

또 다른 전시작인 ‘나의 양철 남편(My Hus Tinman)’은 작가의 남편을 캐스팅했다. 대화형은 아니지만 눈동자에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여전히 가상과 현실의 혼재하는 것. 작가가 “자본주의사회의 기계부품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현대인의 자화상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 ‘나의 양철 남편’은 세계명작동화인 ‘오즈의 양철 나무꾼’에서 영감을 받았다. 동화는 원래 인간이었던 나무꾼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방법을 찾다 마녀의 마법에 걸려 의도치 않게 몸의 일부를 도끼로 잘라내게 되고 잘려나간 몸을 양철로 대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오즈의 양철나무꾼’을 통해 기계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양철나무꾼에서 현대의 남편과 아내 사이, 서로의 삶의 무게에 대한 단상들이 겹쳐졌죠.”

전시작들에는 인공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높은 수준의 기계공학이 개입되어 있다. 작가가 작품 제작 과정에 기계공학적인 부분을 직접 제어한다. 작가는 공학적인 역량을 갖추기위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후에 공학박사까지 섭렵하는 노력을 감행했다. 그가 “‘인간화 되어 가는 기계’와 ‘기계화 되어 가는 인간’을 직접 작품으로 풀어내며 그 둘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공진화’ 상황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결국 ‘생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로봇과 인간이 다르다고 하고, 인간은 생명이 있다고 하는데 인간과 로봇이 공진화 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생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노진아의 ‘공진화(Coevolution)’은 3월 29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 문의 053-661-3500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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