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우리 동네 오면…” 부푼 희망 안고 한 표 행사
“신공항 우리 동네 오면…” 부푼 희망 안고 한 표 행사
  • 한지연
  • 승인 2020.01.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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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늘길 후보지 판가름 나선 군위·의성 주민들
◇의성
읍사무소 앞 제2투표소에
주민들 삼삼오오 모여들어
“후보라도 되니 마을에 활기”
◇군위
투표소마다 주민행렬 늘어서
“공항 오면 청년층 유입 기대”
“고향 떠나야하나…” 우려도
군위사진1
21일 오전 군위군 우보면 주민들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보지 선정 투표를 위해 우보면 제2투표소 모산리마을회관을 찾았다. 김수정기자
 
의성군투표소1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된 21일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서 주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을 위한 본 투표 날인 21일 후보지역인 군위군과 의성군에는 새로운 하늘 길 후보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주민들의 마지막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주민들이 상당수 있어 각 투표소마다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으나, 오후가 되면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투표소를 찾는 주민들이 속속 늘어났다. 본 투표 당일 현지 분위기를 살펴본다.

○…21일 오전 10시께 의성군 의성읍 제2투표소가 설치된 의성읍사무소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이 신분증을 손에 쥐고 투표장 안으로 들어갔다.

의성 비안면에서 나고 자랐다는 황해진(66)씨는 “공항이 들어서면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고 마을로선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비안·소보 지역에 하루라도 빨리 통합 신공항이 지어졌으면 한다”며 “공항 소음이 다소 걱정되긴 하지만 요즘은 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되니까 시간이 지나다보면 소음문제도 기술이 해결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투표장을 나서고 있던 김순옥(여·48)씨는 “의성에서는 60대만 되도 새댁소리를 듣는다. 마을이 고령화되면서 고립된 느낌이 강했는데, 우선 공항이전 후보지라도 되고 나니 평소와 달리 더 활기찬 것 같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유입되고 공항 건설로 인한 여타 시설도 들어서면 경제효과도 상당할테니 지역이 살아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농업인 김해찬(60)씨는 “의성은 현재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만 한 곳이 없다”며 “공항이 들어오면 우선 그 지역에 상주하는 군인들이 많아질 거고 주변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민 정모(57)씨는 “공항이 우보에 들어서면 군위만 발전할 테지만 비안·소보 지역에 들어서면 군위도 의성도 모두 웃을 수 있지 않느냐”며 “공동 후보지가 최선의 답”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의성군 비안면투표소인 비안면복지회관 앞에서 만난 주민 이장식(72)씨는 지인의 80% 이상이 공항 이전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씨는 “비안·소보지역 발전도 되고 인구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개인적으로 이만큼 나이를 먹어 크게 영향을 받을 게 없다지만, 다들 ‘의성 한 번 살려보자’는 마음이다. 마을을 살려 후손들이라도 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연(여)씨도 후손을 위하는 마음을 전하며 공항 유치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우리는 골짜기에 사는 데다 살면서 별 혜택을 못 받을 것”이라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오고 나면 지역 전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민 B(77)씨는 “미래를 다시 짓는 마음으로 찬성에 한 표를 찍었다”면서 “경제적 발전이 이뤄져야 의성에 사는 사람들이 작은 희망이라도 갖는다. 지금은 도시가 너무 낙후돼 있다”고 했다.

반면 후계농업인 김모(39)씨는 “비안·소보 지역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비행기 뜨는 방향이 집 방향이라 종일 항공기 소음에 시달릴 것 같다”면서 “특히 야외에서 하루 12시간씩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소음 때문에 귀가 버텨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구공항 근처에 사는 지인한테 물어보니 비행기가 한 번 뜨면 옆 사람과 대화가 안 될 정도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21일 오전 경북 군위읍 제4투표소가 설치된 군위읍주민자치센터 앞에는 투표권 행사를 위한 주민행렬이 잇따랐다. 승용차, 자전거 등을 몰고 온 주민들은 서로 투표 독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공항 유치의 희망을 드러내 보였다.

투표소를 빠져나오고 있던 주민 A(여·70)씨는 “공항이전이 논의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데 주민 투표가 이뤄지고 나니 다행”이라면서 “공항이 들어와야 군위가 발전하고 번창해 젊은 사람들도 많이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투표를 끝낸 이들 가운데에는 투표 결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후련함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었다.

박청락(49)씨는 “공항 때문에 군민들끼리 치고 박고하는 모습에 속 시끄러웠다”며 “오늘로 다 끝날 걸 생각하니 결과를 떠나 너무 후련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대구 군 공항 이전 주민투표’라는 이름에 의문을 갖고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과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김영숙(여·73)씨는 “통합 신공항 유치 관련 투표가 아니었냐. 대구 군 공항 투표라고 적어놓으니 꼭 군위군에 군 공항만 이전한다는 말 같다”며 “대구 공항이 확장된다는 소문이 있던데, 우리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한편 본 투표의 경우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에 따라 투표 장소가 정해져있어 이날 한 경찰관이 읍사무소를 찾았다가 투표소 불일치 안내를 받고 당황한 채로 장소를 이동하는 해프닝도 목격되기도 했다.

○…같은 날 군위군 우보면 제2투표소인 모산리마을회관 앞에는 손수레에 무게 중심을 실은 어르신들이 무리지어 투표소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박근규(74) 모산리장은 공항 이전 관련한 모산리 주민 의견을 두고 딱 ‘반반’이라고 했다. 그는 “고향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묘지부터 선산까지 다 갖고 가야할 판국이어서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주민이 많다”면서도 “후대와 군위군의 발전을 위해 우보면에 공항을 들여와 모두 살아야한다는 의견도 밀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영호(62)씨는 “민항기든 군항기든 이곳에 오면 살던 주민들이 다 떠나야한다”며 “자식들 다 출가하고 이제 겨우 살만한데 쥐꼬리 보상금으로는 대구 근교 전셋집도 못 얻는다. 그냥 이대로 살게 나뒀으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군위군 소보면 제1투표소인 소보면복지회관 앞에서 만난 주민 김모(60)씨는 “군위가 인구 소멸 1, 2위를 다투는 지역이라 공항이 소보 쪽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를 시작으로 군위와 의성은 물론, 상주까지 3개 지역이 클러스터 등 시설의 등장으로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81)씨는 “군위군으로 볼 때도 우보면 단독보다는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이 연합해서 단체로 추진하는 게 공항을 옮기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2배의 효과를 볼 것 같다”고 했다.

김병태·이아람·한지연·박용규·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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