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혁명
무지의 혁명
  • 승인 2020.01.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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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총선을 앞두고 설민심에 대한 해석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여당과 야당이 판이하게 다르다. 정권 심판론과 보수야당 심판론을 각각 들고 나왔다.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못살았던 유럽이 근대에 과학혁명을 이루고 제국주의 정복전쟁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를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이 이룩한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었고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 바로 위대한 발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도 새로운 언론 영역인 유튜브에서 자기의 주장만 하고 있다. 상대의 주장이 올바른지, 나의 정보는 잘못됐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도 없고 결국 함께 무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 같다.

4월 총선에 대해 한국당을 지지하는 보수 측에서는 윤석렬 검찰총장을 30분 전에 호출하는 추미애 때문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폭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와 자유가 망가졌다고 단언한다. 한 보수 유튜브는 검사들이 모두 가만히 있지말고 정의감을 깨워내서 정권의 위선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이 우파교회를 찾아가 설교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문재인 타도에 요동하지 않으면 교회를 나가겠다고 겁을 주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권이 좌파 독재정권이기 때문에 이를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까지 들어가며 문정권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은 한국당이 인적쇄신해서 정권을 바꾸라고 명했다고 주장한다. 황교안 대표가 험지출마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고 보수는 대통합해 총선에 우선 이긴 다음 정리할 것은 정리하면 된다고도 했다. 총선에서 지면 이 나라가 가보지 않은 3류국가로 떨어진다고 국민들이 다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측은 민주당이 제 1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는 패스트트랙이라는 성과물이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가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제어려움을 두고 여당을 많이 공격했지만 그 원인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집권당의 경제정책 능력부족이 35%,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국내외 구조적 원인이 25%, 야당의 발목잡기가 심했다는 응답이 25% 정도 나온다고 한다. 야당의 경제무능 공격이 생각보다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당은 줄곧 문재인 대 반 문재인 프레임을 유지해 왔다. 반문재인 공격은 경제 무능, 종북 독재, 최저임금 등이었는데 진보측은 최저임금은 이미 이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공격의 소재인데 지원금을 보면 이명박 정부 1년에 515억원, 박근혜 정부 116억원, 문정권 117억원으로 퍼주기 근거가 없다는 반론을 준비하고 있다. 독재프레임도 협치를 거부한 것은 황교안아니냐는 주장이다. 패스트 트랙 법안을 두고 대통령과의 만남도 1대 1을 요구하며 거부했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총선에서 원래 야당이 여당을 공격해야 하는 것인데 야당에 대한 비호감이 커지는 바람에 사상 처음으로 야당심판론이 나오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까지 합세해 총선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체를 파악하자. 일부 깨어있는 시민들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보다 많은 이들이 거짓을 걸러내는 힘을 길러야한다.

상대방에 대해 무지로 일관하는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총선이 끝났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다툼이야 역사의 한 과정으로 늘 있기 마련이지만 상식과 논리는 없고 악만 남은 감정싸움은 모두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 유튜브 탓에 갈수록 상대방과의 대화가 힘들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으로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유튜브 이용자들이 맹목적인 신뢰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낡은 이념투쟁으로 점점 분열을 향해 나아간다면 주변의 패권국가들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자신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아프리카와 아시아국가(뒤늦게 깨달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과거 혹독한 시기를 겪었다. 무결점의 인간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무지하다는 것만 알아도 희망적이라는 얘기다. 끝까지 무지를 인식하지 못하면 물과 기름으로 나눠지고 선거결과도 아무 소용없는 상호 패망의 길로 가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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