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기둥은 법규와 질서다
조직의 기둥은 법규와 질서다
  • 승인 2020.01.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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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패싱(passing)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버스 운전자가 맘대로 정류장을 지나쳐 버림 같이 특정인이 조직이 정한 질서를 무시하고 자의적 의사결정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조직 가운데 가장 큰 조직은 국가다. 국가가 움직이는 원동력은 헌법을 위시한 각종 법규다. 대통령도 그 어느 누구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어찌됐든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생활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청와대가 국가권력의 핵심부로 비대해 진 것이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행정력 약화도 법규를 어떻게 적용하는 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김정은 같은 독재 권력자도 법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통치를 한다. 그래서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같은 목적을 가진 구성원들은 조직이 정한 규정에 순응함으로써 전체의 조화를 이룬다.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연주자들이 협업하여 좋은 음악을 만드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국가의 모든 기관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각종 법규를 통하여 공동선을 내 세워 국민들을 통제한다. 법규는 바로 질서다. 달리 말하면 조직의 질서를 위해서 법규가 필요하다. 법규에는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위시하여 그 밑에 법률, 명령, 자치법규가 있으며 이들 간에는 상하관계가 뚜렷하며 아래 법규가 상위법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 국가 내의 여러 조직들은 법규에 의해 구성되고 정해진 법규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기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등 국가기관은 헌법에 의해 권한과 기능이 주어지고 필요에 따라 헌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법률 등 하위법규를 제정하며 그것을 통하여 조직을 운영한다.

요즘 나라가 어지럽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조직의 법규와 질서체계가 흐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청 간의 관계를 보면서 국민들은 국가행정에 대한 불신에 휩싸여 있다. 조직을 받쳐주는 기둥은 법규와 행정질서다. 이것이 흔들리면 조직은 상처를 입는다. 법무부가 산하 외청인 검찰청의 조직과 인사를 하는 근거는 법규와 자체 규정에 있다. 법무부장관이 “내 명을 거역했다” 는 말은 조직의 상하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정당한 지시를 거역했다면 상명하복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옳지만 상관관계의 잡음이 있는 것을 보면 법무행정과 검찰행정의 급작스런 문화의 갈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지검장이 수사팀이 올린 결재를 하지 않아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해서 청와대 공직비서관을 기소한 것이 말썽이 되고 있다. 결재는 “결정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 하거나 승인”하는 행정행위이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 내의 결재단계에 계장, 과장, 국장, 부시장, 시장이 있다고 치자. 계장에서 부시장 까지는 보조기관이며 업무의 최종 결재자는 시장이다. “보조기관은 행정기관의 의사 또는 판단의 결정이나 표시를 보조함으로써 행정기관의 목적달성에 공헌하는 기관”을 말한다. 계장, 과장 등의 결재는 자기의 의사를 결정하는 행위이지만 기관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예외 규정이 있다. 최종결재자가 그 기관 각부서의 모든 서류를 결재하는 것이 불가능 하므로 위임규정을 두어 전결토록 하는 것이다.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부시장, 국장, 과장 등에게 시장의 결재권을 위임 처리케 하는 것은 시장이 한 행정행위와 같은 효과가 있다. 민원실에서 직원이 전결권을 가지고 서류를 발급할 때 기관장의 직인이 찍혀 발급되는 것도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만약 기관장의 지시가 법규에 위반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보조기관이 결재를 불응하는 경우, 기관장 한 사람이 독자적으로 결재하면 행정행위의 효력이 발생할까. 드문 일이겠지만 기관의 최고결재권자의 행정행위이므로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팀이 올린 서류에 최종 결재권자인 지검장이 결재를 미루어 검찰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였다면 최고기관장인 검찰총장의 지시로 행정행위를 한 것은 행정질서체계로 봐서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서울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되어있는데도 뛰어넘어 법무부장관에게만 보고한 것은 행정질서의 전형적인 패싱이다. 행정학원론에는 조직의 질서를 강조하는 ‘계층의 원리’ ‘명령통일의 원리’란 용어가 버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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