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晩時之歎)
만시지탄(晩時之歎)
  • 승인 2020.01.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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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추미애의 법무부와 윤석열의 검찰사이의 갈등이 접입가경이다. 정부수립이래 같은 행정부 내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지금처럼 전 국민들의 관심사가 집중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윤석열 총장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일반 국민들은 잘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처럼 최근 그 행보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윤총장은 지난 정권하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국정농단 수사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에 강한 신뢰를 가진 문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칼날이 자신들에게 향할 수 있다는 일부 여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윤총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까지 파격적으로 중용하여 검찰총장에 임명한 사람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윤총장의 지난 정권하에서의 행보가 어떤 측면에서는 현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어 보은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윤총장이 취임하면서 현 정권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권력핵심부에 대해서 칼날을 휘두르고 있으니 현 정권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상황이 된 것이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윤총장 역시 문정권의 성공을 바란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만큼 권력 핵심부 주위에 있는 살아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리를 척결하는 것이 현 정권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 믿고 칼을 휘두르고 있고, 반대로 정권의 핵심부에서는 그들의 비리 또는 도덕적 결함을 밝혀내는 것은 정권의 몰락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갈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윤총장과 손발을 맞추어 검찰개혁을 추진시키기 위해 임명한 조국 전 법무장관은 그가 저지른 아직까지는 도덕적 흠결 때문에 윤총장의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되자 당황한 청와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장고 끝에 윤총장을 제어하기 위해 5선의원인 강성 이미지의 추미애 의원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초강경수를 두었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한대로 추장관은 “수술 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名醫)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고 밝힌바와 같이 장관에게 부여된 권한인 인사권을 이용하여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윤총장의 손발이라는 검사장급, 차장 및 부장검사급 검사들에 대해 지체 없이 여론에 신경써지않고 일거에 교체하였다.

즉 추장관은 지난 1월8일 현 정권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검사장급 간부를 대거 좌천시킨 인사에 뒤이어, 보통 직위나 직급에 따라 1년 또는 2년 정도의 보임기간을 보장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검찰 직제개편을 단행하고 이를 핑계로 보임한지 5-6개월밖에 되지 않은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대부분 교체하였다. 직제개편을 추진한 뒤 23일 이루어진 인사내용을 보면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와 감찰무마 의혹을 맡은 검사를 제외하고 전원 교체하였다. 인사에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 장관에게 대검찰청 과장급 간부들을 모두 유임해달라는 의견을 냈지만 철저히 묵살된 셈이다. 사실상 인사를 통해 청와대 비리 의혹 관련 수사를 봉쇄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최강욱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반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식물검찰 만들기 수순, 특검이 필요한 상황,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퇴장 명령, 청와대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휘라인을 쫓아낸 폭거,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노골적인 사법 방해, 검찰개혁을 변질시키고 법치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인사권은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다. 때문에 인사권의 활용에 대해 누가 무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의도가 일반 국민들의 눈에도 너무나 뻔해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다. 즉 이번 인사는 어떤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교체하여 수사를 흐지부지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스스로 정당하다고 하면서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에 대해 현 정권 하에서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유죄판단을 받는 것을 보아 왔다. 이번 인사가 비록 현 정권 하에서 정당한 인사라고 하겠지만 차후 정권이 바뀔 경우 또다시 직권남용이라는 죄목으로 단죄가 이루어지는 법적이 아닌 정치적인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권력의 핵심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도덕적 결함에도 일반 국민들보다는 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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