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위자료와 개 값
반려견 위자료와 개 값
  • 승인 2020.01.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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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피는 물보다 진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혈연의식은 희미해지는 반면 피를 나는 형제보다 가족 같은 반려견이 더 사랑받고 존중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각종 사고 시 반려동물 사망 또는 상해에 대한 위자료에 대하여 법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애 1급이던 A씨의 반려견이 다른 개에게 물려 교상(咬傷:짐승에 물린 상처), 근육출혈·괴사 등 상해를 입어 다른 개 주인 B씨를 상대로 벌어진 소송에서 법원은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반려견주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을 나누고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사고로 인한 반려견의 상해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 고통을 금전적으로 배상하여야 한다’면서 B씨의 과실을 80% 인정하여 치료비 86만원, 위자료 50만원을 선고하였다. 만일 B씨의 과실이 100%였다면 상해 위자료는 625,000원이 되었을 것이다.

목줄을 하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뛰어가던 강아지가 신호 위반 차량이 치어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운전자 과실을 30%로 보면서 ‘4년여 간 딸처럼 키운 반려견이 죽어 그 고통이 크다고 할 것이고 반려견 소유자로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왔고 장례비용까지 지출한 점, 현장에서 직접 반려견이 죽는 모습을 봐 그 충격이 더 큰 점’ 등을 참작해 강아지 가격 손해액 28만원, 위자료 450만원(견주 위자료 250만원, 가족 2명 위자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견주 과실이 0%였다면 강아지 가격 93만원과 위자료 1,500만원이 선고되었을 것이다.

사람 사망사고 위자료 최고금액이 통상 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려견 위자료는 사람의 약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역산할 수 있다.

여러 명의 변호사들을 상대로 간단하게 설문조사를 하니 반려견을 키우는 변호사들이 책정한 위자료는 1,000만원~3,000만원 정도이고, 키우지 않는 변호사들은 100만원~500만원(위자료 책정 시 ‘자신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가족처럼 아낀다’는 전제하에서 위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정도여서 너무 차이가 났다. 반려견을 키우는 판사와 키우지 않는 판사가 위와 같은 재판을 하게 될 경우 같은 사건에서도 위자료 금액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3.7%, 가구 수로는 약 511만 가구로 추정됐다. 전체 가구 중 개를 기르는 가구는 18%(507만 마리), 고양이 3.4%(128만 마리), 기타(토끼·새·수족관동물 등) 3.1%로 조사됐고,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을 둘러싼 ‘펫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신문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법원의 반려견 위자료 금액은 최고 500만원 정도라고 되어 있어 불과 2년 사이에 위자료 최고금액이 1,500만원까지 도달하여 엄청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민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도래 한 만큼 법원 차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위자료의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개,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반려동물이 아닌 토끼, 뱀, 곤충, 파충류, 새 등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위자료를 얼마나 책정하여야 할지 판사 입장에서는 정말로 난감할 수 있다. 인간과의 공감 능력, 생존기간 등이 위자료 금액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가족같이 보살핌을 받는 반려동물의 경우에만 최고 금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것이므로 만일 개를 가족 구성원 즉 반려견으로 대우하지 않은 경우에는 물건 값에 해당하는 개 값 이외의 위자료는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하물며 개도 사랑으로 보살피면 개 값 이상의 대우를 받게 될 것이므로 내 가족을 내가 더 사랑하면 내 가족도 사회에서 더 존중받게 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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