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첩약 급여화가 왠말인가?
한방 첩약 급여화가 왠말인가?
  • 승인 2020.02.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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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대구시의사회 기획이사
든든한 병원 원장
정부는 최근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오는 2월 6일 개최 예정인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제 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른 한의약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이다.

이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첫해 500억원 규모로 그 중 환자본인부담률은 50%로 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첩약’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여러 약제를 섞어 지어서 약봉지에 싼 약이라는 뜻이며 현재는 비급여로 처방이 되고 있다. 각 한의사, 한약사마다 자기만의 소위 ‘비방’ 이라고 하며 도대체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들어가는지도 알 수가 없는 약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모든 약제에는 약가라는 게 정해져 있고, 각 약마다 성분 및 함량이 모두 공개되어 있으며, 신약이 개발될 때에는 소위 임상실험이라는 것을 반드시 실행하여 효능 뿐 아니라 작은 부작용까지도 모두 공개를 하게 되어있으며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던 ‘인보사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임상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약의 성분을 속이게 되면 어마어마한 문제에 직면을 하게 된다. AI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재의 과학 시대에 나는 이 첩약이라는 것 존재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아 진행 중인 인보사 사태에서 그 주사제를 무릎 관절강내에 맞은 많은 환자들이 혹시나 문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왜 이 성분조차 알 수도 없는 첩약이라는 약에는 국민들이 아무런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게 의사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로 이 첩약이라는 것을 급여화 하려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각 약재가 인체에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어디에 좋다고 하니까 그게 효능이다’ 이렇게 주장을 할 거면 아예 집어치우는 게 나을 것 같다. 또 어느 약재가 몸에 좋다고 한들 그게 하루에 도대체 투여랑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몸에 정말 원하는 효능을 가져올 건지도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몸에 좋은 홍삼이라고 해도 그걸 하루에 100개 1000개 먹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이렇듯 한약재에 대한 명확한 사용법과 기준도 마련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약재들을 몇 가지를 썼는지 용량을 얼마나 넣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러한 약을 도대체 국가에서 왜 국민들의 보험료를 들여가면서 급여화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가?

또한 약재의 안전 관리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같은 녹용이라도 이게 중국산인지 국산인지조차 명시를 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단지 약을 주는 한의사와 한약사들의 말만 믿고 이런 약을 먹을 것인가?

그리고 이 첩약 사업을 정말로 급여화 하려면 전제 조건이 또 필요하다.

현재 첩약은 한의원에서 자체로 약을 조제하여 준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부터 의약분업이 되어 현재는 약 처방은 의사가 하고 약 조제는 약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입원환자의 경우에는 병원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서 환자에게 준다. 첩약을 급여화 하려면 먼저 한의사는 처방만 하고 그걸 가지고 한약 조제 자격이 있는 약사나 한약사에게 가서 약을 처방대로 조제해서 주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러려면 각 약재의 성분과 정확한 용량을 기재해서 처방전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소위 비방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문제 때문에 한의사와 약사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첩약 급여화 이전에 한방 의약분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긴 했겠지만 작년 초 ‘고어(GORE)사의 인공혈관 사태’를 잊지 말자.

수술이 꼭 필요하지만 비현실적인 수가 정책으로 인해 인공혈관 수입이 되지 않아 생명에 위협을 받은 많은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호소를 잊었는가?

그 외에도 아직도 꼭 필요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고 하여 급여화 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약제들에 대한 급여화가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희귀병이나 중증을 앓고 있지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여 가계가 무너지는 많은 환자들에게 먼저 필요한 정책이 아닌가?

현재도 많은 의료기기나 약제들이 급여화 되지 않아 비급여로 인한 의료비 상승 및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게 현실이다. 꼭 필요한 필수 의료조차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급여화 하지 못하고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의사들이 주장하는 현실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를 다 무시한 채 그냥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첩약 급여화 사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필수의료의 붕괴를 촉진할 것이며 건강보험 재정의 급속한 악화로 인해 막대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다.

작년에 한방에서 하는 추나요법을 급여화 하여 단 3개월 만에 130억이라는 재정이 사용되었으며, 의사들이 그렇게 단계적인 급여화를 주장하였으나 그냥 강행한 무분별한 MRI 급여화로 인해 전년대비 13%나 보헙급여비 상승을 초래하여 의료비 폭증을 야기한 정부는 각성하여야 할 것이다.

대선 공약이라 하여 문재인 케어라는 미명하에 무조건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충심어린 충고를 무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말로 꼭 필요한 필수 의료의 보장성 확대가 아닌 첩약의 급여화 사업까지 시행하려는 정부의 행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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