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틈 사이로도
빛은 들고 삶은 바스락거렸다
쟁여놓은
책먼지가 풀썩 인기척을 한다
가을처럼 멍이 든
책장 사이로 낡은 그리움이 일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빛과 함께 스며드는
책 속 깊은 곰팡내 같은 것이다
당신이 떠나고
다시는 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함부로 말했다
삶이란 참혹하게도
일상적이었고
느렸고
그리고 빨랐다
끝이 있어야
끝나는 책
곰팡내 같은
그리움을 필연적으로 스미며
살아내야 하는 책
누런 멍이 바람에 일면
기필코 재채기를 했다
차마
당신 때문에 울었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당신도 책장을 넘기면
그리움을
들키나
◇이상현= 한국방송통신대학 석사과정, 대구시 곰두리봉사회 부회장, 한국장애인녹색재단 수성구 회장, 영남장애인신문 문화부 부장, 영주시청 자원봉사상(13),곰두리봉사회표창(15)
<해설> 먼지 이는 책장속의 이야기들이 담백한 언어로 지줄 댄다. 누구나 젊은 날 날선 추억이 회상되기도 하는 한편 정갈한 언어들이 책장에서 살아 돌아와 우리들의 묵은 감성을 일깨운다.
시는 독자에게 뭔가 모를 감흥을 흠뻑 주어야 비로소 제 소임을 다한 것이다.
오늘날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 특히 시를 보지 않는 것은 그런 감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더구나 요즘은 언어의 공해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과 마음에 드는 시(詩)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