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길게 가지 않는다
전염병은 길게 가지 않는다
  • 승인 2020.02.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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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새로운 세균에 의해서 세상이 시끄럽기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이 집단을 이루며 살게 되었을 때부터 온갖 병균이 나돌면서 괴롭혀 왔고 수많은 인명을 빼앗긴 일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이번에 중국 우한에서 발병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단 감염되면 폐렴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우한폐렴이라고도 부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종의 호흡기 질환이다. 환자들의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몸살기가 있거나 발열이 생긴 다음 기침을 하다가 폐렴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의료진이 파악한 증상이다. 감기 정도야 누구나 한번쯤은 결려봤기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아스피린을 먹으면 열이 내리기 때문에 프랑스 여행을 간 우한시민이 그 사실을 SNS에 올리고 파리의 카페에 앉은 사진이 나도는 통에 프랑스경찰이 발칵 뒤집혔다. 그 중국여인은 즉각 병원으로 옮겨져 엄밀한 진료 끝에 다행히도 감염자가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해열제로 발열사실을 숨기고 출국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다. 한국에서도 우한시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병원을 찾은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야 그 사실을 밝히는 해프닝이 있었다.

모두 생각이 짧고 사회 공동체 의식이 박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발생지인 중국 전역이 비상사태에 돌입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전 세계가 아연 긴장한 모습이다. 이미 확진환자는 중국에서만 1만2천명을 넘어섰고 매일 2천여 명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망자도 300명에 가깝다.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확진환자가 나왔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서라도 무조건 달려가는 유행가처럼 퍼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각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환자 발생이 안 된 북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아예 중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우한에 머물고 있는 자국 국민들을 전세기로 귀국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1차 368명 2차 333명의 교민을 데려왔다. 아직도 귀국의사를 밝히지 않은 교민이 200여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혼심을 다하여 신속하게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어 머지않아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지러들 것으로 생각된다.

우한교민 700여명은 14일간 아산과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방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불필요한 주민 갈등이 유발된 것은 옥에 티다. 처음에는 천안이라고 발표했다가 천안시민들이 극성스럽게 반대하자 갑자기 아산과 진천으로 바꾼 것이 큰 실수였다. 아산 진천주민들은 분노했다. 천안이 반대하니까 아산, 진천으로 옮긴다는 것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먼저 밟았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주민들은 트랙터를 동원하여 숙소 입구를 봉쇄하고 밤샘 농성으로 항의했다. 그들이 분노한 것은 우한폐렴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천안에서 아산 진천으로 바꾼 정부에 대해서다. 조령모개(朝令暮改)요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따로 없다. 오락가락 행정이 아산 진천에 깊은 상처를 줬다. 우한교민들은 오긴 오면서도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그들은 확진환자가 아니다. 병균이 득시글거리는 우한에 살고 있기 때문에 행여 감염될까봐 정부가 서둘러 데려오는 것뿐이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은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며 국민들도 따뜻이 맞아줄 의무가 있다. 아산 진천주민들의 항의는 정부에서 잘못한 것일 뿐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행안부장관이 현장에서 계란세례를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산으로 가리지 말고 그대로 몸으로 받았어야 옳다. 그러나 아산·진천 주민들은 위대했다. 막상 전세기로 돌아온 우한교민들이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모든 ‘반대 프래카드’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철거하고 오히려 “편히 쉬다가 돌아가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눈물이 나는 반전(反轉)이다. 위기가 닥치면 나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상대를 구하겠다는 의인정신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코 길게 가지 않는다. 수많은 전염병이 인류를 휩쓸었지만 역사는 그것을 극복한 승리의 기록이다. 14C에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는 2년 사이에 유럽인구의 3분의1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2천500만에서 3천500만 명이 죽었다. 그 인구를 회복하는데 300년이 걸렸다고 하지만 우리는 전염병을 두려워하거나 그 것 때문에 공동체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아산 진천시민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은 우리 국민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사례다. 걸핏하면 님비의식으로 지역사회를 흔들고 있지만 이를 극복한 한국인들의 높고 숭고한 시민의식을 정치지도자와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크게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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