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그가 남기고 간 것-24
[문화칼럼] 그가 남기고 간 것-24
  • 승인 2020.02.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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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농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그리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은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들은 특출했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 했던 ‘에어 조던’ 파워 면에서 따라올 자가 없었던 ‘공룡 오닐’ 그리고 언제나 날카로웠던 ‘블랙 맘바, 코비’ 최근 코비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선수의 너무 이른 죽음, 특히 동승 했던 딸도 코비와 함께 했다는 소식은 그의 가족, 동료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다. 나는 그가 타고난 천재성, 뛰어난 체격 조건에 기대어 정상의 자리에 이르렀으리라 막연히 생각 해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그의 진면목을 불의의 사고로 인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코비에 대한 최근의 여러 보도 기사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선택한 농구를 위하여 매순간,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살아 왔다고 한다. 브라이언트가 살아서 보여준 농구의 위대한 업적만큼이나 죽음을 통해 알려진, 삶에 있어서 치열했던 그의 자세는 우리에게 큰 교훈과 자극이 된다.

우리 사회에 이슈가 있을 때 스포츠 선수들의 재치 있는 한 마디 말. 그리고 의미심장한 퍼포먼스는 유달리 큰 울림으로 다가온 적이 많다. 코비의 안타까운 사고에 접하여 NBA 뿐만 아니라 우리 프로 농구 리그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선수들은 24초 동안 공격을 하지 않고 8초 동안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고의 파울을 통하여 그를 기리는 행위였다. 뿐만 아니라 코비와 함께 동화책을 발간하기로 했던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는 “그는 스포츠를 넘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수년 동안 그가 남긴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NBA의 20시즌동안 그는 LA레이커스 한 팀에서만 뛴 ‘원 클럽 맨’이었다. 처음 10년은 배번 8번, 나머지 10년은 24번을 달았다. LA 레이커스 에서 은퇴 후 ‘8’과 ‘24’는 영구 결번 되었다. 이제 ‘24’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상징하는 언어가 되었다.

사고 전 날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트윗에 ‘킹’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향한 글을 남겼다. “킹 제임스는 계속 전진하고 있다. 내 동생에게 경의를 표한다.” 자신의 통산 득점 기록을 전날 경기를 통해서 킹이 넘어 선 것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그리고 제임스는 코비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당신이 정녕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 되고자 한다면, 그 일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전한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실천해야할 가장 단순명료하면서도 핵심적 내용을 담은 말이다. 그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를 지칭하는 많은 별명 중 그가 가장 좋아 했던 것은 ‘블랙 맘바’였다 한다. 맹독을 가진 날렵하면서도 공격적인 뱀의 이미지를 마음에 들어 했단다. 그가 등 번호를 24번으로 바꾼 것 역시 농구를 향한 그의 뜨거운 열정의 표현이라 한다. ‘하루 24시간, 공격 제한 시간 24초. 매시간 매초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코비는 수차례 한국을 방문 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했는데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엄청난 노력이었다. 오전 4시 질주와 러닝을 반복하는 인터벌 트레이닝, 이어서 웨이트 트레이닝 2시간 그리고 1시간 줄넘기와 슈팅 1500개로 이어지는 엄청난 양의 훈련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것이었다 한다. 위대한 선수가 되고자 한다면 그것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는 그 자신의 말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었다.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 너는 누구에게나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는 ‘하염없는 뜨거움으로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먹을 수 있게 해준 연탄. 남은 한 덩이 재마저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누군가를 위하여 자신을 산산이 으깨는 연탄’이라고 노래한 ‘연탄 한 장’ 이라는 시와 함께 작지만 소중한 것, 보잘 것 없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찬미. 또는 그러해야 한다는, 그러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 꾸짖음 같은 시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24’가 나타내는 인생에 대한 ‘열정’을 접했을 때 안도현의 시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코비의 24와 안도현의 연탄은 뜨거움의 대명사로 불러도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답다. 한 위대한 선수의 비극적 죽음은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불꽃처럼 뜨겁고, 그만큼 짧았던 생은 오히려 우리에게 긴 여운을 준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24’를 통하여 우리는 과연 뜨겁게 살고 있는가! 뜨겁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반추하게 해준다. 살아서는 화려하고 냉철한 플레이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줬고 죽어서는 엄숙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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