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
‘82년생 김지영’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
  • 승인 2020.02.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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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결혼 꼭 해야 하나요? 결혼을 왜 해야 하나요?에 대한 질문을 젊은이들에게 받는다. 결혼이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혼밥과 혼술 문화에 젖은 그들은 나 홀로 삶에 익숙하다. 혼자서 여행도 가고 다양한 동호회 활동으로 인생을 즐기며 산다. 현대사회의 시대적 트랜드이고 일시적인 사회현상이라고 받아들이기엔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가치관이나 개인적 삶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얼마전, 네일아트 일을 하는 삼십 대 초반의 두 아가씨와 결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아가씨는 십여 년 동안 대형 웨딩샵에서 근무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은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왜 꼭 결혼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단다. 이유를 물으니까 결혼자금이 첫 번째 이유이고 다음이 육아문제라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내 행복의 결정권이 나보다 남성인 상대에게 있다는 것에 대해 불안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하지만 상대가 잘못해서 결혼 생활이 불행해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웨딩샵에서 근무할 때 결혼 후 3개월 안에 파혼해서 웨딩 앨범을 찾아가지 않는 커플들도 많았다 한다. 알콩달콩 잘 사는 커플도 있겠지만, 예식장에서부터 혼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시댁 부모님과의 갈등도 수없이 봤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식 당일 신랑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간접경험을 통해 결혼 제도의 구조적 불확실성에 관해 너무 알아버려 결혼하기 싫다고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혼생활이다. 지영이라는 여성을 통해 젠더갈등과 페미니즘이 소설과 영화에 내포되어 있다. 사춘기 시절, 버스에서 남학생이 따라온 것을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치마가 짧다고 나무라며 아무나 보고 웃지 마라고 지영이 탓으로 돌린다. 친정어머니는 남동생과 오빠 공부시키느라 본인의 꿈을 접고 희생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지영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한다. 미혼시절, 커리어 우먼이었던 그녀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육아와 집안일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해 질녘이 되면 “내 딸도 좀 쉬게 해 주라”며 소동을 일으킨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잘 생기고 착한 신랑 만나서 집에서 놀아가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뭐 그리 힘드냐고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남성이 경제활동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며 가부장적인 삶을 살아왔던 여성들에게 많은 변화가 왔다.

최근에 영국 황실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해리 왕자와 아내인 매건 마클이 독립을 선언했다. 왕족의 관습과 전통을 중시하는 기존의 순종적인 왕손빈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마클 왕손빈에 의해 깨졌다. 영국 언론은 마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세 살 연상의 이혼녀에 자기 주장이 강한 혼혈인 마클에게 언론의 비난이 쇄도했다. 메건 마클은 영국 왕실을 벗어나 디즈니와 성우 계약을 체결했다 한다. 신세대 여성인 마클왕손빈이 고루하고 답답한 왕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선택했다.

시대가 변화하고 여성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사회로진출하면서 남성보다 더 능력 있는 여성들도 많다. 결혼을 해도 맞벌이로 가정 경제의 한 축을 당당하게 책임진다. 오랫동안 고정화된 남녀의 역할을 벗어나서 자기 삶의 주체자로서 능동적인 삶을 원한다. 남편과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현실과의 갈등이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아마 82년생 김지영은 결혼을 고민하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만큼 공부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던 여성이 경력단절녀가 되어 자신의 삶과 존재의 가치에 대해 갈등하는 이 시대 여성들의 리얼한 단면이기도 하다.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회사 눈치 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분위기다. 육아와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정부와 사회는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2035년이 되면 인구의 절반이 솔로인 초솔로 사회가 온다.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심하여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시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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